중남미 '우향우' 브레이크 걸릴까…콜롬비아 대선 좌·우 세대결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5-27 05:43

중남미 '우향우' 브레이크 걸릴까…콜롬비아 대선 좌·우 세대결


31일 대선 1차 투표 앞두고 좌파 세페다 후보 선두


과반 지지 없어 내달 21일 결선투표 확실시…극좌·극우 대결 공산 커


세페다, 발렌시아, 에스프리에야 후보세페다, 발렌시아, 에스프리에야 후보 [AFP=연합뉴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치안 불안 여파 속에 최근 중남미에서 우파 지도자가 잇달아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강국으로 손꼽히는 콜롬비아가 이런 '우향우' 추세를 멈출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오는 31일(현지시간) 치르는 대선 1차 투표에서 가장 앞선 후보는 여당 후보로 나선 이반 세페다(64) 상원의원이다. 연임 제한으로 출마하지 못하는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을 대신해 올해 대선에 여당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을 거쳐 콜롬비아 역사상 첫 좌파 대통령인 페트로 대통령의 최고 보좌관을 지냈다.


콧수염을 기르고 안경을 쓴, 일견 레온 트로츠키를 닮은 듯한 세페다는 좌파 명문가 출신이다. 한때 대통령을 꿈꿨지만, 암살당한 좌파 지도자 마누엘 세페다가 그의 부친이다. '아들 세페다'는 정통적인 마르크스주의자로, 빈민들에게 농장을 나눠주고, 코카인 밀매 조직의 무장 해제를 유도하는 평화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사회적 지출을 대폭 늘리는 한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저지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페다 후보 세페다 후보 [AFP=연합뉴스]


특히 그는 무력이 아닌 문화와 제도 속에서 권력을 획득해야 한다는 이탈리아 공산주의 이론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을 줄곧 지지해온 좌파 이론가이기도 하다.


비판론자들은 세페다가 뼛속까지 마르크스주의자여서 콜롬비아를 베네수엘라나 쿠바의 길로 인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페트로 집권기 콜롬비아 경제가 예상외로 선방하면서 대중들의 지지는 여당을 향하고 있다. 작년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성장률·인플레이션·실업률·주식시장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콜롬비아를 36개 부국(富國·rich countries) 가운데 4위로 평가했다.


이후 페트로 대통령은 이미 높은 수준인 최저임금을 실질 가치 기준으로 17% 인상했다. 성장은 소비가 주도하고 있고 투자는 약하며, 정부는 중앙은행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면서 과도하게 재정을 지출하고 있다.


당장의 선심성 정책은 인기가 있어 페트로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 막판에도 50%에 육박한다. 페트로의 후광을 입은 세페다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40% 안팎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아벨라르도 델라 에스프리에야아벨라르도 델라 에스프리에야 [EPA=연합뉴스]


세페다의 우위 속에 우파 후보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극우적 성향의 아벨라르도 데라 에스프리에야(48) '조국의 수호자들'당 후보는 최근 비약적인 상승세를 유지하며 지지율 30%에 근접했다. 형사전문 변호사 출신인 그의 모델은 엘살바도르의 철권통치자인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다.


부켈레 대통령처럼 턱수염을 기른 에스프리에야는 콜롬비아가 '치안 팬데믹'을 겪고 있다면서 엘살바도르의 대표 감옥 '세코트'(CECOT) 같은 거대 교도소를 밀림에 10개 가량 짓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대통령과 군대에 광범위한 권한을 임시 부여하는 헌법적 조치인 비상사태 활용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부켈레처럼 '계엄령'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콜롬비아 정부 조직 규모를 40% 축소하겠다고 공언하며 자유시장 경제를 옹호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엘 티그레'(호랑이)라 지칭하며 강성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팔로마 발렌시아팔로마 발렌시아 [로이터=연합뉴스]


팔로마 발렌시아(48) 상원의원은 전직 대통령 기예르모 레온 발렌시아의 손녀로, 콜롬비아 주류 사회를 대표하는 우파 가문 출신이다.


그는 시장 경제 강화, 대량 구매를 위한 협동조합 설립, 교육 우선 정책, 치안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특히 친미주의자였던 조부를 따라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국공립 교육 시스템 졸업생들이 "읽고 쓰지도 못한다"고 개탄하며 공교육 시스템을 개혁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마의 20%'를 뚫어내지 못하면서 지지율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현재와 같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에스프리에야 후보에 밀려 내달 21일 열리는 결선 투표 진출이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그는 막판 역전을 위해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만나고, 선거 전략가를 교체하는 등 배수의 진을 치고 막판 표심 결집에 전력 질주하고 있다.


어느 한 후보가 50% 이상의 표를 가져갈 가능성이 거의 없는 가운데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발렌시아 의원이 1차 투표의 관문을 넘지 못한다면 콜롬비아 유권자들은 세계 선거사에서 가장 양극화된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난 25일 보도했다.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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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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