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캡션 =ai
문학박사학위는 언어를 탐구하는 가장 높은 단계의 제도로 여겨진다. 시와 소설, 비평과 이론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세계를 해석하는 일은 분명 깊이와 축적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 위상과 달리, 오늘의 문학박사 제도는 몇 가지 구조적 질문 앞에 놓여 있다. 문제는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제도가 문학이라는 장르의 본질과 얼마나 조응하고 있는가에 있다.
첫 번째 균열은 창작과 연구의 분리에서 발생한다. 현재의 문학박사 과정은 대체로 비평과 이론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논문은 문학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데 집중하지만, 정작 문학을 생산하는 창작 행위는 부차적인 영역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실제 문단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시인이나 소설가와 학위 소지자 사이에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형성된다. 문학이 살아 있는 언어의 예술이라면, 그것을 논문 속에서만 다루는 구조는 반쪽짜리 접근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문제는 형식화된 논문 중심 평가 체계다. 문학은 본래 다의성과 해석의 개방성을 지닌 영역이다. 그러나 박사학위는 명확한 결론과 체계적 논증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문학의 모호함과 여백, 감각적 층위는 종종 제거되거나 축소된다. 언어가 살아 움직이는 현장을 다루면서도, 그 결과물은 오히려 고정된 형식 안에 갇히는 역설이 발생한다.
세 번째는 현장성과의 단절이다. 문학의 현장은 문예지, 출판, 독자와의 호흡 속에서 형성된다. 하지만 문학박사 과정은 대학 내부의 평가 체계에 더 강하게 묶여 있다. 학술지 등재, 인용지수, 형식적 기준이 중요한 잣대가 되면서, 실제 독자와의 소통이나 문학적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린다. 이로 인해 “학문으로서의 문학”과 “현장으로서의 문학”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상황이 지속된다.
네 번째는 진로 구조의 협소성이다. 문학박사학위는 전통적으로 대학 교수나 연구자를 목표로 설계되어 왔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 자리는 매우 제한적이다. 많은 박사들이 강의, 출판, 문화기획 등 다양한 영역으로 나아가지만, 제도는 여전히 단일한 경로를 전제하고 있다. 이는 학위의 사회적 활용도를 낮추고, 개인에게는 긴 시간의 투자 대비 불확실성을 남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중요한 것은 문학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제도를 재구성하는 일이다. 하나의 방향은 창작 기반 박사과정의 강화다. 논문과 더불어 시집, 소설, 희곡 등 창작 결과물을 학위의 중심 성과로 인정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또 하나는 비평과 창작의 통합적 평가다. 작품을 쓰고, 그 작품을 스스로 해석하며, 동시대 문학과 연결 짓는 복합적 연구가 가능해야 한다.
아울러 문학박사는 대학을 넘어서는 문화 생태계와의 연결성을 가져야 한다. 출판, 공연, 지역 문화, 디지털 콘텐츠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할 때 문학은 다시 사회 속으로 호흡할 수 있다. 학위는 그 연결을 위한 하나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결국 문학박사 제도의 문제는 단순히 제도의 미비가 아니라, “문학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문학이 살아 있는 언어라면, 그 학위 또한 살아 있는 구조여야 한다. 연구실의 언어와 거리의 언어가 만나는 지점, 그 경계에서 새로운 문학박사의 형태가 요구되고 있다.

시와 늪 대표 배성근(시인, 수필, 소설, 평론(비평). 칼럼리스트)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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