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7개국, 해저케이블 등 '수중인프라 방어 지침' 합의
발트해·대만해협 해저케이블 훼손 잇따라…호주 국방 "해저는 전쟁터"
대만 해저케이블 훼손 혐의 선박 작년 2월 대만 해저케이블 훼손 혐의로 대만에 나포된 화물선 훙타이58호(오른쪽)
[대만 해양경비대 제공. EPA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지난 수년간 러시아와 접한 북유럽 발트해, 중국과 대만 사이 대만해협 등지에서 해저케이블 훼손 사건이 잇따른 가운데 세계 주요 17개국이 해저케이블과 같은 수중 인프라 방어 협력에 뜻을 모았다.
3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들 국가는 전날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열린 싱가포르에서 '수중 인프라 방어 교류 지침'을 발표했다.
이들 17개국은 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필리핀·브루나이·호주·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들, 영국·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스웨덴·핀란드와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 카타르다.
자발적이고 구속력이 없는 이 지침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등 국제법에 따라 관련 주권과 관할권을 준수해야 한다는 등의 원칙을 담고 있다.
각 지역 내 정보 공유, 위기 대응 강화와 같은 잠재적 협력 분야도 명시했다.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우리는 해저 핵심 인프라에 대해 역사적으로 전례 없는 규모와 빈도로 이뤄진 일련의 공격을 목격했다"면서 해저가 "전쟁터"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저케이블이 "우리가 요즘 발트해에서 봤듯이 하룻밤 새 배 닻에 의해 절단될 수 있다"면서 "현대 경제와 정상 기능하는 국가로 활동하는 우리의 모든 능력은 노출돼 있고 움직일 수 없는 (해저케이블 같은) 인프라에 핵심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말스 장관은 발트해 등지에서의 해저케이블 훼손 사례와 관련해 "이 모든 것들이 사고였을 수 있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는 지구 인프라의 이 핵심 부분(해저케이블)의 취약성을 잘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찬춘싱 싱가포르 국방부 장관은 수로는 단순한 무역로가 아니라 에너지와 통신을 위한 연결망을 제공하는 핵심 수중 인프라가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핵심 인프라를 어떻게 설치하고 더 중요하게는 어떻게 관리하며 사람들이 훼손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해 국제적 기준을 확립하려면 할 일이 무척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찬 장관은 17개국 외에도 "훨씬 많은" 나라들이 지침 참여에 관심을 나타냈지만 일부 국가들은 자국 내 승인이 필요했다면서 이번 발표를 계기로 관련 논의가 시작되고 모범 사례가 공유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샹그릴라 대화 참가국 중 미국과 중국은 여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엘리나 누르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주요 강대국이 어떤 협력 계획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막강한 역량과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발트해에서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해저케이블, 가스관 등 수중 인프라가 훼손되는 사례가 여러 차례 나왔다.
지난 1월에도 러시아발 화물선이 발트해 핀란드만에서 해저케이블을 훼손한 혐의로 핀란드 정부에 의해 나포됐다.
또 2022년 9월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유럽에 공급하는 발트해 해저의 노르트스트롬 가스관이 폭파된 사건은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의 소행으로 드러났다.
대만해협에서도 대만과 외부를 잇는 해저케이블이 중국 선박들에 의해 훼손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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