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조선소, 러 전쟁자금 지원하나…러 LNG선 정비 지속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6-01 19:34

덴마크 조선소, 러 전쟁자금 지원하나…러 LNG선 정비 지속


우크라 열성 지원 정부와 엇박자…페야드 "EU 에너지정책과 부합"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항에 정박한 아르크7급 선박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덴마크 조선소가 덴마크 정부의 경고와 임박한 유럽연합(EU)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에 정비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환경·인권보호 활동을 하는 독일의 비영리 단체(NGO) 우르게발트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 야말플랜트에서 생산된 가스 수출의 핵심 역할을 하는 아르크7급 쇄빙 LNG 운반 선단 중 6척이 올여름 덴마크 페야드 조선소에서 수리를 받을 예정이다.


페야드 조선소는 선박수리와 개조를 전문으로 하는 조선소로 EU에서 유일하게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현재까지 아르크7급 쇄빙선에 정비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아르크7급 쇄빙선은 최대 2.1m의 얼음을 깨고 연중 내내 북극해를 항해할 수 있는 상선으로, 높은 기술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데다 북서유럽 항만을 오가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유럽 조선소에 유지·보수를 의존해 왔다.


페야드 조선소의 경우 지난해 북극해 연안의 야말에서 출항한 LNG 운반선 5척을 정비한 것을 비롯해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래 총 15척의 선박을 정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르크7급 쇄빙선을 정비할 역량을 갖춘 유럽 내 또 다른 조선소를 거느린 네덜란드 국영 조선그룹 다멘의 경우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프랑스 브레스트 조선소 등에서 아르크7급 선박 8척을 정비했으나, 러시아의 LNG 수출 지원을 자제하라는 네덜란드 정부의 외교 정책에 따라 작년 8월 해당 선박 정비를 중단했다.


러시아 관련 선박에 대한 해상 서비스 제공을 금지하는 EU 제재 시행이 아직 공식적으로 발효되지 않은 만큼 아르크7급 쇄빙선을 정비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페야드의 활동은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물심양면 지원에 앞장서고 있는 덴마크 정부의 기조와 어긋나는 것으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5년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지원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고 FT는 짚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페야드 조선소가 야말 플랜트에서 생산된 가스를 수출하는 선단을 지원하고 있다는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빌리 쇠븐달 덴마크 전 외무장관은 "유럽 기업들이 러시아의 화석연료 수출을 계속 떠받치고 있는 것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덴마크가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지원국 중 하나인 만큼, 정부의 기조는 기업의 의사결정에도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EU의 대러 제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유럽 기업들이 단기적 이익을 위해 마지막 허점을 이용해서는 안된다"고도 비판했다.


페야드 측은 이에 대해 "EU의 에너지 정책과 대러 제재를 지지한다"면서 "다만, EU 집행위원회가 2027년까지 야말 플랜트에서 생산되는 LNG가 유럽의 에너지 공급에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우리는 유럽 항만으로 LNG를 수송하는 특정 선박에 대해 해상 안전을 보장하고, EU를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U는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크게 줄였지만,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데다 중동 전쟁 발발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아직까지 러시아산 가스를 완전히 끊지는 못하고 있다.


원자재 시장 분석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중동 전쟁 여파로 인해 올해 1분기 EU의 야말 LNG 수입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 뛴 500만t으로 집계됐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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