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시선과 생각이 머문 찰나의 기록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6-08 15:59

원철·우현스님의 글·사진 엮은 책 나란히 출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산에선 대충 지나치던 꽃 / 도심에선 눈길 멈추는 꽃"('꽃자리')


서울 종로 도심의 한 식당 앞에 핀 낯익은 진달래를 스님은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한 장의 사진 속에 담아낸다.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종연구소장인 원철스님이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사진과 두 줄 시로 기록한 책 '맨손으로 바람을 움켜쥐다'를 펴냈다.


'아름다운 인생은 얼굴에 남는다', '낡아가며 새로워지는 것들에 대하여' 등 여러 권의 산문집을 내며 불교계 대표 '글쟁이'로 꼽혀온 원철스님이 이번엔 짧은 호흡의 글로 찾아왔다.


도심 진달래가 그렇듯 "집 안마당에 있을 때는 물 펌프 / 대문 밖으로 나오니까 장식물"('인테리어)이 되는 물 펌프의 모습은 같은 사물이라도 자리와 위치에 따라 쓰임도 의미도 달라짐을 보여준다.


조계사 석조(石槽)에 담긴 빗물을 보면서는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은 평등하지만 / 땅 위 그릇은 크기 따라 차별 있나니"('소낙비')라는 단상을 전한다.


책 속 사진과 글은 스님이 매주 월요일 아침 소셜미디어에 올려 소통해온 것들이다.


원철스님은 서문에서 "통찰력이 주는 영감과 한 장 컷이 주는 잔잔한 감동을 추구하면서 한 걸음씩 갔다"며 "덕분에 스스로 늘 깨어 있는 일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컬러의 경계 흑백의 문장'은 통도사 마산포교당 정법사 주지인 우현스님이 찰나를 기록한 사진과 시를 엮은 책이다.


8세에 출가한 스님은 수행자의 시선으로 포착한 풍경에 불교의 깨달음과 지혜를 더했다.


"그림자가 나인가 / 내가 그림자인가 // 묻는 사이 / 달은 물에서 / 어떤 것도 취하지 않았네. // 흘러간 것은 / 시간인가 그림자인가"('시간과 그림자')


우현스님은 서문에서 "찰칵, 셔터 소리에 삼라만상의 차별이 멈춘다"며 "사각사각 멈추어진 풍경을 옮겨 적는 사이에 과거의 추억과 미래의 몽상이 현재의 마음을 만나 총천연색의 판타지를 그려 내지만 결국 한순간에 불과하다"고 썼다.


담앤북스. 224·298쪽.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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