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포일낙(季布一諾)

한(漢)제국의 재상이었던 팽월(彭越)이 양(梁)왕에 임명됐다 반역죄로 효수되고, 목을 치우는 자는 엄단하겠다는 고조의 칙명이 내린다. 그러나 팽월과 불우했던 시절을 함께 보낸 인연으로 양나라의 중신으로 등용됐던 난포(欒布)는 자신을 중용해준 은혜를 갚고자 목을 가져가 후하게 장례를 지내준다. 화가 치솟은 유방은 그를 붙잡아 가마솥에 끓여 죽이는 형벌을 가하려 한다. 난포는 지난날 고조를 위해 몸바친 팽월의 공적을 찬양하는 열변을 토한 다음 “자, 나를 저 끓는 가마솥에 넣으시오”라고 한다. 이에 유방은 그를 용서하고 벼슬을 내린다.
난포와 동시대의 인물인 계포(季布)는 항우 밑의 초장으로 유방의 군대를 자주 괴롭혔기에 고조에게는 눈엣가시였다. 고조 천하가 되자 현상금까지 걸어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장군으로서 치욕이라는 점에서 자결이라도 해야 하나 구차하게 생명을 유지했다. 결국 후에 고조의 용서를 받고 한나라의 장군으로 컴백하게 된다. 사기에 백번째로 나오는 계포·난포전의 이야기로 동시대의 두 장수가 세상이 바뀌면서 보여주는 대조적인 삶의 모습이다.
그러나 계포에 관한 한 상반된 평가로 더욱 유명하다. 의협심이 강한 그는 한번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었다. 이로써 고조의 현상금 수배 때 ‘황금 100근을 얻음은 계포의 일낙을 얻음만 못하다(得黃金百斤 不如得季布一諾)’는 말이 생겨났다. 이후 ‘계포일낙’은 ‘신의있는 약속’을 상징하게 되었다.
정부 신임장관이 ‘계포일낙’을 언급했다. 지난 대선·총선에서 약속한 국민통합을 반드시 이루겠는 뜻이란다. 정치인 출신 장관이 국민적 약속을 지키겠다는 데 듣기 싫지는 않다. 헌데 “출장 다녀오겠다”는 의총 인사말은 헷갈린다. 자신의 뿌리가 당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겠지만, 국민생활과 밀접한 신임 장관의 말 치고는 가볍다. 경력관리 장관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계급장 발언’에 이은 이러한 발언들이 자칫 계포에 대한 상반된 평가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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