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달러 폭등에 "펀더멘털은 건실" 되풀이
노무현, 아파트값 폭등에 "언론, 업자 탓" 일관
김용범, 주가폭락에 "우리만 그런 것 아냐"…공감능력 절실
브리핑하는 김용범 정책실장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김용범 정책실장이 22일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미국 및 남미 순방 관련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7.22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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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1997년 김영삼 정부는 외화 유동성 위기를 일시적 자금 경색으로 오판했다. 청와대는 "경제 펀더멘털은 건실하다"는 경제 원론적 메시지만 되풀이하다 국가부도 위기를 불렀다. 그 대가는 국가 경제 운용을 외부에 맡겨야 하는 치욕과 거리로 내몰린 수많은 가장들이었다. 정권은 야당으로 넘어갔다.
노무현 정부는 집값 폭등을 수요와 공급이 아닌 투기 문제로 접근했다. 강남과 분당, 과천의 아파트값이 급등하는데도 "언론과 건설업자 탓"을 반복하며 규제책만 쏟아냈다. 국정 지지율은 추락했고, 정권은 야당에 넘어갔다. '서울에 내 집 마련'이라는 원초적 욕망을 외면한 정책 실패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되풀이되며 또다시 정권교체를 불렀다.
반대로, 정책이 부작용을 낳자 과감히 방향을 틀어 위기를 넘긴 사례도 있다. 박정희 정부는 중화학공업 육성으로 산업화의 토대를 닦았으나 중복 투자와 과잉 설비로 부실이 우려되자 1979년 투자조정에 나서 급한 불을 껐다.
전두환 정부는 이 기조를 이어받아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을 중심으로 물가 안정과 재정·금융 긴축을 추진했다. 이후 3저 호황까지 더해지면서 한국 경제는 고도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전두환이 김재익에게 건넨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는 메시지는 청와대 경제 사령탑이라는 자리가 갖는 중대성과 무게감을 지금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문제도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 자금을 국내로 돌리겠다는 의도였지만, 투자 자금이 두 종목과 관련 파생상품에 과도하게 쏠리면서 초유의 시장 왜곡이 벌어지고 있다. 해외 유력 언론에서 "한국 증시가 카지노가 됐다"는 조롱이 나올 정도다.
"이러다 다시 4천선으로?"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29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및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6.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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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8일 증시 불안과 관련해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인공지능(AI) 과잉 투자 우려와 중국발 반도체 충격 등 구조적 요인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일리 있는 분석일 수 있다. 하지만, 우량기업들의 주가가 고점 대비 반토막 나고 코스닥이 초토화된 상황에서, 국민에게 건네는 경제사령탑의 메시지로 적절한지 의문이다.
시장 불안이 가중될 때 정부 책임자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난해한 정책 설명이 아니라 투자자와 국민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다. 설령, 정책 자체에 오류가 없다고 믿더라도, 민심이 분노한다면 그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국가 운영의 진정한 실력이다.
삼전·닉스 ETF 도입 전 70%에 육박하던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주가처럼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대선 슬로건으로 정치의 본질을 짚었던 빌 클린턴의 경고를 예사로 넘겨선 안된다. 김영삼·노무현·문재인의 정권 재창출 실패가 증명하듯, 대통령 지지율과 정권의 연속성을 담보하는 것은 결국 경제임을 유념하기 바란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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