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시장은 원래 오르는 날도 있고 내리는 날도 있다.
그러나 최근 시장을 바라보는 개인투자자들의 마음은 단순한 손실을 넘어 깊은 허탈감으로 번지고 있다.
장밋빛 전망 속에 "코스피 5000 시대"를 외치던 시장은 급격한 조정을 맞았고, 많은 개인투자자는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을 떠안았다.
특히 개인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등 인기 종목에 자금이 집중된 상황에서 급락이 이어지자 투매에 나섰다.
한순간의 손실이 아니라 평생 모은 종잣돈이 흔들리는 현실 앞에서 '주식시장은 결국 힘없는 개인만 희생되는 곳인가'라는 자조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개인투자자 예탁금이 크게 줄었다는 사실은 시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돈이 빠져나간다는 것은 단순한 자금 이동이 아니라 희망이 떠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책임을 특정 상품이나 한 기관에만 돌릴 수는 없다. 레버리지 ETF는 높은 수익 가능성만큼 큰 위험도 함께 안고 있는 상품이다. 투자에는 언제나 자기 책임의 원칙이 따른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당국에도 결코 가볍지 않은 책임은 있다. 위험성이 큰 금융상품이 충분한 설명과 투자자 이해를 바탕으로 판매되고 있는지, 시장 과열을 부추기는 구조는 없는지, 투자자 보호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자본시장은 국민의 자산 형성을 돕는 건강한 사다리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경험과 정보가 부족한 개인들이 과도한 기대 속에서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한순간에 좌절한다면 그 피해는 개인을 넘어 시장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지금 해야 할 일은 "투자는 본인 책임"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을 더욱 투명하게 만들고, 고위험 상품에 대한 정보 제공을 강화하며, 불공정 거래를 엄단하고, 투자자 교육을 확대하는 일이다. 시장은 위험을 감수하는 곳이지만, 불신까지 감수하는 곳이어서는 안 된다.
떠난 개미들에게도 한마디를 전하고 싶다. 손실은 아프지만 조급함은 더 큰 손실을 부른다. '빨리 큰돈을 벌겠다'는 마음보다 자신의 자산 규모에 맞는 분산투자와 장기투자가 결국 가장 든든한 길임을 역사는 여러 차례 보여 주었다.
주식시장은 국가 경제의 거울이다. 그 거울 속에서 개인투자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면 누구도 "내 책임이 아니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신뢰를 회복할 제도를 마련해야 하고, 금융회사는 책임 있는 상품 판매에 힘써야 하며, 투자자 또한 냉정한 판단과 원칙 있는 투자를 배워야 한다.
건강한 시장은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개인과 기업, 금융회사와 정부가 함께 신뢰를 쌓아 갈 때 비로소 자본시장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시장으로 다시 설 수 있을 것이다.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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