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8)] 과실상규(過失相規),서로의 허물을 바로잡아 주는 마음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등록 2026-10-21 07:35

過失相規(과실상규)

‘과실(過失)’은 잘못이나 허물을 뜻하고, ‘상규(相規)’는 서로 타일러 바로잡아 준다는 뜻이다.
즉 과실상규란 서로의 잘못을 지적하고 타일러서 바른길로 이끌어 준다는 의미다.

이 말의 뿌리는 중국 고전에서 비롯된 유교적 인간관과 맥을 같이한다. 옛사람들은 사람은 누구나 허물이 있을 수 있다고 보았다. 중요한 것은 잘못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깨닫고 고쳐 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좋은 벗은 무조건 칭찬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잘못된 길로 갈 때 조용히 일러 주고, 허물이 있을 때 부끄럽지 않게 깨우쳐 주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였다.

비슷한 뜻으로 절차탁마(切磋琢磨) 가 있다. 서로 학문과 인격을 갈고닦는다는 뜻이다.

사람은 혼자서 완성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남의 잘못에는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자신의 허물에는 관대하다. 친구나 동료가 잘못을 지적하면 충고를 고맙게 받아들이기보다 ‘나를 무시한다’며 마음의 문부터 닫아버린다.

반대로 남의 허물을 발견하면 바로잡아 주기보다 뒤에서 흉을 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과실상규의 정신은 비난이 아니라 사랑이다.

잘못을 모른 척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관계는 아니다. 때로는 따끔한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다만 충고에도 방법이 있다.

사람들 앞에서 상대의 허물을 들춰내기보다 조용한 자리에서 진심을 담아 말해야 한다. ‘네가 틀렸다’고 몰아붙이기보다 ‘우리 함께 이렇게 고쳐보자’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나 역시 완전하지 않다는 겸손이 있어야 한다.

내 허물을 돌아보면서 남의 허물을 일러 주는 것, 이것이 과실상규의 참뜻이 아닐까.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부가 서로의 잘못을 감싸기만 한다고 행복한 가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부모와 자녀, 형제와 형제도 서로의 부족함을 일깨워 주면서 함께 성장해야 한다.

친구도 그렇다. 좋은 친구란 내 말에 무조건 박수쳐 주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그 길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인생을 오래 살아보면 깨닫게 된다.

나의 성장에는 칭찬해 준 사람보다 때로는 아픈 충고를 해 준 사람의 한마디가 더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을.
그러므로 이제 우리도 과실상규의 지혜를 되살렸으면 한다.

남의 허물을 발견했을 때 손가락질하기보다 따뜻하게 일러 주고, 누군가 나의 잘못을 지적한다면 자존심부터 세우기보다 한 번쯤 귀를 기울여 보자.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서로 일깨워 주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과실상규는 결국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한 인간관계의 지혜다.

비난하는 사회보다 충고할 수 있는 사회, 충고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그런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오늘 내가 누군가의 허물을 보았다면 흉보는 대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 보자.
그리고 누군가 나의 허물을 지적한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나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서로의 허물을 바로잡아 주고, 서로의 장점을 북돋워 주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과실상규가 오늘 우리에게 전하는 아름다운 삶의 태도다.

권오정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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