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참석은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위협 우려"
인사말하는 김지용 중수청장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이 2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10.20 xyz@yna.co.kr최용대기자 =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장의 국무회의 참석에 대해 청와대가 재차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이 더 가열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중수청장의 국무회의 배석이 정부조직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위법하지 않다는 데에는 동의했으나 관례상 매주 참석을 요구하는 것은 사법 시스템에 대한 사회 신뢰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21일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공지능(AI)에 중수청장·검찰총장의 국무회의 배석에 대해 물어봤다며 "배석 불가론은 위헌적 억지"라고 게시했다.
근거로 든 것은 정부조직법 11조였다. 이에 따르면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
또한 국무회의 규정상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중앙행정기관인 청의 장 및 중요 직위에 있는 공무원을 배석하게 할 수 있다.
전문가들도 이러한 법령에 따라 전날 김지용 중수청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 자체를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봤다.
법무법인 이공 양홍석 변호사는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것과 구체적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지시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며 "익숙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법적으로 안 되는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국무회의 참석을 안 하면 수사의 독립성이 지켜질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눈 가리고 아웅"이라며 "장막 뒤에서도 수사 지휘를 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인사하는 중수청장과 검찰총장 대행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왼쪽)과 이정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2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앞은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 2026.10.20 xyz@yna.co.kr
다만 국무회의 참석이 일시적인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정례화되는 것을 두고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처음 설치된 조직인 만큼 한두 번 배석은 괜찮을 수 있다"면서도 "대통령-행안부장관-중수청장으로 흐르는 엄연한 지시 라인을 무시한 채 대통령이 직접 중수청장을 대면해 지속해 지시를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인사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매주 대면하는 자리를 갖는다면 유·무형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외관상 대통령 말을 들으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비친다"며 "수사기관 수장이 대통령의 말을 필기하는 모습을 보면 국민들이 오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도 "신임 중수청장이니 인사를 나누며 힘을 실어줄 수는 있지만 현안도 없는데 자꾸 불러오면 문제"라며 "조직 군기 잡기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참석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체로 수사기관의 상위기관인 장관급 인사만 참석한다.
중수청은 김 청장의 향후 국무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참석을 거부할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이 대통령이 배석 방침을 유지한다면 참석을 이어갈 전망이다.
닻 올린 중수청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0일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에서 직원들이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취임식이 끝난 뒤 각자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2026.10.20 superdoo82@yna.co.kr
전문가들은 중수청 수사의 중립성·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사심의위가 있으나 이에만 의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내놓았다.
수사심의위는 중수청의 수사 등이 적정성·적법성을 갖췄는지 판단하는 심의기구다.
중수청법상 수사심의위는 중수청 및 각 지방중수청에 두게 돼 있으며 50∼200명 위원들로 구성된다.
중수청과 지방중수청은 심의위 구성을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청한 로스쿨 교수는 "여타 수사기관에도 수사심의위가 있으나 유명무실한 측면이 있다"며 "입맛에 맞는 위원들만 초빙됐던 전례가 있어 중수청이 영향력 있게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수청 수사관이 행안부 장관의 지휘권에 결속되기 쉬운 신분인 점도 지적됐다.
과거 검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경우가 아니고서야 신분이 보장됐지만 반면 중수청 수사관은 그렇지 않아 비교적 쉽게 경질될 수 있다.
이근우 교수는 "검사는 신분이 보장돼 부당한 지시에도 버티거나 반발할 수 있지만 중수청 수사관은 그러기 어렵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