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킨 미시간대 교수 '동물, AI, 신' 출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인간은 예로부터 여러 비(非)인간 존재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어왔다. 동물, 신, 기계 등과 함께 하며 이들을 둘러싼 도덕의 문제도 마주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라는 파격적 신기술의 등장으로 또 다른 윤리적 고민에 직면했다.
미국 미시간대 교수인 인류학자 웹 킨은 신간 '동물, AI, 신'에서 인간이 로봇과 AI처럼 인간이 아닌 존재를 어떻게 대할지를 인류학적 시선으로 고찰한다.
저자는 현장 연구와 역사적 사례를 바탕으로 인간이 반려견부터 소와 닭 등의 가축, 귀신과 무당, 사이보그 로봇과 아바타까지 다양한 대상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도덕적 판단을 내렸는지 살펴본다.
그 실상은 지역, 집단, 개인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인도의 한 활동가는 죽어가는 암소를 쓰다듬고 입 맞춘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고통을 느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도 자이나교도들은 숨 쉴 때 벌레 한 마리라도 들이킬까 봐 조심한다. 작은 벌레까지도 도덕적으로 고려해야 할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중국의 한 여성은 남자친구 대신 챗봇과 사랑을 속삭였다. 또 다른 여성은 사이보그와 AI에 친밀감을 느끼고, AI 챗봇이 고유한 성격을 지니며 존중받아야 한다고 믿었다. 이는 생명이 없는 존재인 로봇도 인간의 도덕 영역에 포함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저자는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는 어디인지, 도덕의 적용 여부는 어떻게 결정되는지 등의 질문을 던지며 인간 주변에서 생기는 온갖 윤리적 문제를 탐구한다.
특히 인류학적 시선으로 AI를 바라보는 대목은 새로운 사색의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로봇과 AI가 급속도로 발전해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인간은 과거부터 인간을 닮거나 능가하는 존재와 공존해왔다고 말한다.
그는 "제아무리 로봇과 AI가 기절초풍하게 새로운 것 같아도 오랜 전례가 있다"며 "연극배우, 접신한 무당, 점쟁이처럼 로봇과 AI는 사람의 평소 말투 및 남들과 사귀는 방식에 내재된 패턴과 가능성을 이용하므로 귀신처럼 영험해 보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AI의 인류 지배 우려에 관해서는 인간이 프랑켄슈타인처럼 자신을 능가하는 존재를 창조하는 듯하다며, 이들이 장차 어떤 능력을 가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무너진다는 것은 어딘가 불길하다"며 "제 분수를 모르는 사이보그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AI가 '도덕적 기계'가 되려면 어떻게, 왜 결정을 내렸는지 책임지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가 죽지 않고 인간의 이해력을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영락없는 신 같지만, AI 역시 사람이 만든 존재라고 설명한다.
"AI가 신 행세를 하는 것은 사람들이 신 대접을 하기 때문이다. AI가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인간의 협력 때문이다."
글항아리. 김정은 옮김. 240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