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은의 파격적 '당일치기' 방중, 북·중·러 밀착 속 우리의 복잡해진 외교 방정식을 경고한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10-25 22:23


김정은의 파격적 '당일치기' 방중, 북·중·러 밀착 속 우리의 복잡해진 외교 방정식을 경고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동안 완공되고도 12년 넘게 빗장이 잠겨 있던 신압록강대교를 전용차로 건너 중국 단둥을 전격 방문했다. 평양에서 신의주까지는 열차로, 국경을 넘을 때는 인공기를 단 자동차를 이용한 파격적인 동선이다.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없었지만, 중국 권력 서열 4위이자 시 주석의 핵심 책사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과 만나 단둥의 황하이 자동차 공장을 시찰하고 당일 평양으로 복귀했다. 이번 '당일치기 방중'은 최근 북한을 둘러싸고 제기되던 신변이상설 등 악성 루머를 한순간에 불식시키는 동시에, 다변화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북한이 쥐고 있는 복잡한 외교적 카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번 행보의 일차적 목표는 '북·중 혈맹'의 건재함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데 있다.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을 감행하고 군사적 밀착을 밀어붙이면서 상대적으로 북·중 관계가 소원해진 것 아니냐는 외교가의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의 6·25 전쟁 참전(항미원조) 기념일을 앞두고 단둥의 항미원조기념관을 가장 먼저 찾아 헌화한 것은 중국을 소외시키지 않겠다는 정무적 메시지다. 러시아 일변도의 외교에서 벗어나 중국이라는 전통적 뒷배와의 균형을 다시 맞추려는 전략적 안간힘으로 읽힌다.

주목해야 할 점은 방중의 형식과 내용이 철저히 실리적이라는 것이다. 12년간 방치됐던 신압록강대교를 개통 직후 김 위원장이 직접 통과한 것은 향후 북·중 간 물적·인적 교류의 전면적인 확대를 예고한다. 특히 왕후닝 주석과 대북 제재의 틈새를 겨냥한 버스 공장을 시찰한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망을 우회해 경제적 활로를 뚫겠다는 북·중 간의 묵인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나아가 이번 회동에 중국 외교 수장인 왕이 부장까지 배석한 것은 다가오는 APEC 정상회의와 미·중 관계 변화, 미국 대선 이후의 정세 변화 속에서 대미·대외 전략을 극비리에 사전 조율했을 가능성을 짙게 시사한다.

김정은의 이번 파격 행보는 한국 외교에 매우 무겁고 엄중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북한은 대한민국과의 대화 통로는 철저히 차단한 채, 러시아와는 '군사 밀착'을, 중국과는 '인프라 개통을 통한 경제 밀착'을 동시에 구사하는 철저한 다각 통상 외교를 펼치고 있다. 북·중·러의 삼각 공조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교하게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형국이다.

정부는 북한의 급박한 외교적 기동을 경각심을 갖고 주시해야 한다. 한·미·일 동맹을 더욱 굳건히 다져 안보 빈틈을 막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여기에 머무르지 말고, 북한이 중국과의 밀착을 가속화하는 행보 속에 숨겨진 틈새를 명확히 파고들어야 한다. 북·러 밀착을 마냥 달가워하지 않는 중국의 복잡한 속내를 읽어내고, 한·중 간의 고위급 외교 채널을 가동해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지렛대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는 정교한 투트랙 외교가 절실하다. 동북아 정세의 급변기 속에서 우리가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는 '코리아 패싱'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만반의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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