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줄
김은철
가지와 가지 사이 나무에 세 들어서
허공에 목숨 걸고 줄을 치는 호랑거미
배 밑엔
알주머니 달고
엄마라는 모정으로
구름과 지면 사이 한 사내가 밧줄 타고
땡볕과 북풍한설 온몸으로 받아낸다
어깨엔
가장의 완장
아버지란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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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조의 중심 정서는 가족을 위해 고단한 삶의 줄타기를 감내하는 부모에 대한 연민과 존경, 그리고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 어머니의 삶은 나뭇가지와 나뭇가지 사이에 줄을 치는 거미의 모습에 비유됩니다. 허공에 목숨을 걸고 줄을 치는 거미처럼 어머니 역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위태로운 현실을 견디며 삶의 터전을 일구어 갑니다. '
배 밑엔 알주머니 달고'라는 표현에서는 자신의 생명뿐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책임져야 하는 어머니의 무거운 숙명이 느껴집니다.
둘째, 아버지의 삶은 구름과 지면 사이에서 밧줄을 타는 사내의 모습으로 형상화됩니다. 땡볕과 북풍한설을 온몸으로 받아 내며 가족을 부양하는 아버지의 어깨에는 가장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아버지는 단순히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의 삶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삶의 밥줄을 붙들고 사는 사람들
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위태로운 밥줄 하나에 의지해 균형을 잡으며 나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때로는 땡볕을 견디고, 때로는 북풍한설을 온몸으로 받아 내면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가족을 위해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텨 내며 한 생을 살아 내는 모든 인생이 참으로 존경스럽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밥줄 위에서 삶의 균형을 잡으며 살아가는 존재들이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