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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에 있는 야따마우까 농장의 매각 논의를 바라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단순하다. 50년 동안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책임을 왜 이제 와서 매각의 이유로 삼는가. 야따마우까 농장은 1978년 당시 농업이민과 식량 생산을 목적으로 매입한 국유지다. 면적만 2만882ha, 약 6,320만 평에 이른다. 서울 면적의 약 3분의 1이고 여의도의 72배에 달하는 규모다. 한때 국가가 미래를 내다보고 확보했던 땅이 반세기 가까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왔다.
물론 현실적인 제약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매입 이후 여러 차례 현지조사를 통해 개발 여건이 좋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고, 최근에는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당 부분이 산림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2024년 제출한 개발계획도 아르헨티나 지방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관리비와 세금 등 지속적인 유지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과 매각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허가가 어렵다면 외교가 나서야 한다. 환경보호구역이라면 어떤 범위까지 보전해야 하는지, 어떤 지역은 어떤 조건에서 이용할 수 있는지부터 협의해야 한다. 개발계획이 거부됐다면 그 사유를 분석하고 수정안을 마련해 다시 협상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지방정부의 권한이 크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함께 설득하는 외교적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외교는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것만이 아니다. 해외에 있는 대한민국의 국유재산을 지키고 활용하는 일 역시 외교의 중요한 영역이다.
야따마우까 농장 문제라면 주아르헨티나 대한민국 대사관을 중심으로 아르헨티나 중앙정부와 산티아고델에스테로주 정부, 관련 지방기관이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 협의체를 통해 보호구역과 이용 가능 지역을 다시 세분화하고, 농업·축산·임업·환경보전·신재생에너지 등 분야별로 가능한 사업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기술과 자본을 연결하는 일이 중요하다. 스마트팜, 종자산업, 축산, 산림관리, 수자원 관리, 환경복원, 탄소흡수원 조성, 신재생에너지 등은 과거 1970년대의 개발 방식과 전혀 다른 접근이다. 과거에 농업용지로 적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던 땅이라 하더라도 오늘날의 기술과 산업구조에서는 새로운 가치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2014년에도 한국농어촌공사가 야따마우까 농장의 종합개발 마스터플랜을 마련하면서 농업·축산·임업 등을 포함한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검토한 바 있다. 당시 현지조사에서는 강수량 증가와 도로·전력 등 기반시설 여건의 개선으로 농경지와 목축지로서의 활용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도 있었다. 그렇다면 1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냉정하고 객관적인 재평가를 하는 것이 순서다. 더구나 현재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관계는 과거와 같지 않다. 양국은 무역과 투자뿐 아니라 에너지와 자원, 산업협력 등 경제안보 차원의 협력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그렇다면 야따마우까 농장을 단순히 관리비가 들어가는 낡은 국유재산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한·아르헨티나 경제협력의 현장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가 직접 농장을 운영하라는 뜻도 아니다. 국가가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국내 기업이나 민간 컨소시엄에 장기 임대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20년이나 30년의 장기 임대를 통해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고, 국가는 토지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임대수익과 개발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사업성이 확인된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개발하고, 환경보호가 필요한 지역은 보전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칠레의 테노 농장을 바라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같은 남미의 국유농지를 두고 한쪽에서는 매각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태양광 발전시설의 장기 임대를 통해 기존 농업 임대보다 훨씬 높은 자산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땅의 크기가 아니라 그 땅을 어떤 시각으로 다시 평가하느냐에 있다.
야따마우까 농장 역시 매각 가격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앞으로 20년, 30년 동안 보유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전략적 가치까지 계산해야 한다. 토지 가격이 얼마인지보다 그 땅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식량·환경·에너지·산업·외교적 가치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물론 모든 개발 가능성을 억지로 만들어내자는 것은 아니다. 환경적으로 보전해야 할 곳은 보전해야 하고, 사업성이 없는 곳은 과감하게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판단은 충분한 조사와 외교적 협상, 민간투자 유치, 환경·법률 검토를 거친 뒤 내려야 한다.
매각은 마지막 선택이어야 한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매각 절차를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먼저 대한민국이 지난 50년 동안 이 땅을 어떻게 관리해 왔는지부터 국민 앞에 설명하는 것이다. 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는지, 과거의 개발계획은 왜 실패했는지, 현재의 환경규제가 어느 정도인지, 아르헨티나 정부와 어떤 협의를 했는지, 민간기업에 장기 임대할 가능성은 검토했는지, 한국의 기술과 자본을 결합한 새로운 사업모델은 조사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 모든 과정을 거친 뒤에도 활용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그때 매각을 검토해도 늦지 않다.
50년 동안 잠들어 있던 땅을 다시 잠재우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외교가 그 땅의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외교는 땅을 지키는 마지막 수단이 아니다. 해외에 있는 국가자산의 가치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첫 번째 수단이다. 개발허가가 어렵다는 이유로 땅을 팔 것이 아니라, 왜 허가가 어려운지부터 묻고 협상해야 한다. 환경규제가 있다면 그 규제 안에서 가능한 사업을 찾아야 하고, 정부가 직접 할 수 없다면 민간의 자본과 기술을 연결해야 한다.
국유재산을 매각하는 것은 행정적으로는 가장 간단한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50년의 관리 실패를 매각으로 끝내는 것이 국가의 책임 있는 선택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야따마우까의 땅을 팔기 전에 대한민국 외교가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부터 국민에게 답해야 한다. 땅을 팔기 전에 외교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시와늪 대표 배성근(시인.수필.소설.평론(비평). 칼럼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