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인 357명이 노래한 천년 은행나무…『팔만사천 은행잎』 출간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등록 2026-10-26 23:59

24일 영동문학관서 ‘2026 천태산 은행나무 시제’ 열려

김선태·이형권 문학 대담, 시 낭독·이종일 시노래 공연

천태산 등산로 걸개 시화전은 12월 6일까지

천태산 영국사 은행나무를 노래한 시 모음집『팔만사천 은행잎』출간을 기념하는 ‘2026 천태산 은행나무 시제’가 지난 24일 충북 영동문학관에서 열렸다.

천년의 세월을 품은 한 그루 은행나무 아래로 전국 시인들의 마음이 모였다. 천태산 영국사 은행나무를 노래한 시 모음집 『팔만사천 은행잎』 출간을 기념하는 ‘2026 천태산 은행나무 시제’가 지난 24일 충북 영동문학관에서 열렸다.


‘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대표 양문규)이 주최하고 시에문학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문학 대담과 출판기념회, 시 낭독, 시노래 공연으로 꾸며졌다.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문인과 독자들이 모여 자연과 생명, 문학의 의미를 되새겼다.


오후 2시 황구하 시인의 사회로 문을 연 1부에서는 ‘낮은 자리에서의 문학’을 주제로 김선태 시인과 문학평론가 이형권 충남대학교 교수의 대담이 진행됐다.


이형권 교수는 김선태 시인의 작품 세계를 김영랑과 송수권으로 이어지는 남도 서정의 흐름 속에서 조명했다. 전남의 자연과 역사에 뿌리내린 향토적 정서를 바탕으로, 개인의 상처와 치유에서 지역 사람들의 삶과 내면으로 깊어지는 시적 여정을 짚었다.


김선태 시인과 문학평론가 이형권 교수의 대담이 ‘낮은 자리에서의 문학’을 주제로 진행됐다.

김선태 시인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결핍이 문학을 시작하게 한 원천이자 창작의 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송수권 시인과 낚시를 함께하며 쌓아온 각별한 인연도 회고했다. 목포에서 오랫동안 이어온 농어 낚시를 이야기하며 물고기들을 외로운 생활을 견디게 해준 ‘친구’라고 표현했다.


지역문학과 시의 본질에 관한 소신도 전했다. 김 시인은 “한국문학은 서울문학이 아니라 지역문학의 총체”라고 강조하고, 등단 자체를 창작의 목표로 삼는 풍토와 문단의 서열화를 경계했다. 시의 산문화 경향에 대해서는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면서도 시가 지닌 음악성과 운율을 소중히 지켜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오후 3시부터는 권용욱 시에문학회 회장의 사회로 『팔만사천 은행잎』 출판기념회와 시제가 이어졌다.


축사에 나선 영국사 주지 현우 스님은 ‘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시인들이 쓴 작품에서 천태산과 영국사, 은행나무를 향한 깊은 애정을 느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인사말 하는 ‘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 양문규 대표

영동 출신 윤수천 아동문학가는 어린 시절 떠났던 고향을 글 쓰는 사람으로 다시 찾은 기쁨을 밝히고, 자작시 「어려운 질문」을 낭독했다. 천태산 은행나무가 어제와 오늘, 내일에도 “잘 살고 있느냐”고 묻는다는 시는 천년의 나무 앞에서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했다.


양문규 대표는 인사말에서 18년간 이어온 행사의 시간을 돌아보며 오랜 인연을 지켜온 이들과 새롭게 동행한 이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특히 참석자들을 한 사람씩 소개하며 모두를 귀한 손님으로 맞아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


시 모음집 수록작 낭독에서는 김상헌 시인이 「천년법문」을, 박상봉 시인이 「은행나무 사다리」를 읽었다. 이어 박영순의 「천태산 은행나무」, 배명식의 「천태산의 가을은」, 유승도의 「나의 집」, 이원규의 「팔만사천 은행잎」, 엄태지의 「하늘을 닦는 은행나무」 등이 낭독됐다. 같은 나무를 바라보면서도 서로 다른 기억과 상상력으로 길어 올린 작품들이 은행나무의 의미를 다채롭게 펼쳐 보였다.


 천태산 영국사 은행나무를 노래한 시 모음집『팔만사천 은행잎』에는 전국 시인 357명이 참여했다. 시노래 가수 이종일은 이원규 시인의 「팔만사천 은행잎」과 양문규 시인의 「워떠유」를 가사로 한 노래를 들려줬다. 낭독으로 만난 시가 선율을 입고 이어지며 가을날 문학 잔치의 정취를 더했다.


이번에 출간된 『팔만사천 은행잎』에는 강영환·강영은·구재기·김길연·김명리·김용택·나태주·도종환·손현숙·윤수천·양선규·이영춘·하종오·한종훈 등 전국 시인 357명이 참여했다. 세대와 지역을 달리하는 시인들이 천태산 은행나무를 매개로 자연과 생명, 평화에 관한 사유를 한 권에 담았다.


책에 실린 작품들은 걸개시로 제작돼 오는 12월 6일까지 천태산 등산로 일원에 전시된다. 천태산 주차장에서 영국사로 오르는 길 양편에 작품을 걸어, 탐방객들이 숲길을 걸으며 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나무를 만나러 가는 길이 시를 읽는 길로 이어지는 셈이다.


‘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시 모음집 발간과 걸개 시화전을 이어오며 지역의 자연유산과 문학을 연결해왔다. 올해도 한 그루 은행나무를 향한 시인들의 마음이 책과 산길, 낭독과 노래로 펼쳐졌다.


이원규 시인이 자작시「팔만사천 은행잎」을  낭독하고 있다. 

시노래 가수 이종일이 이원규 시인의「팔만사천 은행잎」과 양문규 시인의 「워떠유」를 가사로 한 노래를 들려줬다. 

박상봉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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