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총리 "웃겨"…美공화 의원도 "끔찍한 선택"
우크라 외무장관 "거부권·협박 기술 유용하게 쓸 것"
2025년 11월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만난 오르반 빅토르 전 헝가리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오르반 빅토르 전 헝가리 총리를 지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에 세계 지도자들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26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오르반 전 총리의 유엔 총장 후보설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 후보였다"며 "(유엔 총장 후보설은) 오르반의 EU 집행위원장 루머만큼이나 웃기게 들린다"고 말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오르반이 유엔 총장이 된다면, 그가 수년간 주요 EU 결정을 무산시키면서 갈고닦은 거부권 행사와 협박 기술을 아주 유용하게 쓸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적었다.
시비하 장관은 "우리는 적절한 순간에 그에게 커피 한잔하자며 불러내던 우리의 훌륭한 경험을 전 세계와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EU 정상회의 등에서 오르반 전 총리가 우크라이나 지원안 등 핵심 안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려 할 때, 다른 유럽 지도자들이 그를 따로 불러내 자리를 비우게 하거나 설득했던 일화를 언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친러시아 성향인 오르반 전 총리는 그동안 EU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거나 대러시아 제재를 가할 때마다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2006년 유엔 총장 후보였던 인도 야당 지도자 샤시 타루르 역시 엑스에 "(오르반 전 총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 이사국들로부터 실제 최소 9표를 얻을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나는 그리 높게 보지 않는다"고 적었다.
미국 안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돈 베이컨(공화당·네브라스카주) 하원의원은 "끔찍한 선택"이라고 비판하며 "나도 헝가리 혈통을 갖고 있다"고 썼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오르반 전 총리에게 유엔 총장 출마를 권유했다며, 중국, 러시아와 함께 그를 공동 후보로 지지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의 대표 우파 정치인인 오르반 전 총리는 2016년부터 올해 4월까지 장기 집권하며 반이민·민족주의 정책을 추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헝가리 총선에선 오르반 전 총리를 공개 지지했고, 지난해 그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환대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유엔은 현재 7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차기 총장 선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유엔 총장은 안보리 추천을 거쳐 유엔 총회에서 최종 임명된다. 후보 추천을 위해선 안보리 이사국 9개국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며,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나라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안보리 6차 예비 투표까지 진행됐으나 뚜렷한 합의점은 찾지 못한 상태다.
현재로선 지난주 합류한 라나 누세이베 아랍에미리트(UAE) 국무장관이 유력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라나 장관은 오는 27일 유엔 총회와 28일 안보리 청문회를 통해 정견을 발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