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는대로 살아라 시집
김종순 시인이 첫 시집 『닥치는 대로 살아라』를 펴냈다. 한 사람이 살아오며 마주한 수많은 시간과 관계, 가족의 사랑, 돌봄의 현장, 고향의 기억과 자연의 풍경을 한 권의 시집에 담아낸 작품집이다.
시집의 표제인 ‘닥치는 대로 살아라’는 단순히 주어진 삶을 무작정 견디라는 뜻이 아니다. 시집에서는 어머니가 남긴 말이 삶의 오랜 기억으로 되살아나며,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지혜롭게 살아내라는 삶의 태도로 확장된다. 결국 ‘닥치는 대로’라는 말은 체념이 아니라 삶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힘이며,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인간의 의지를 상징한다.
저자 김종순 시인
김종순의 시편에는 가족과 사랑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자주 등장한다. 기다림 끝에 찾아온 생명의 기쁨과 가족의 웃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거창한 언어보다 일상의 구체적인 장면을 통해 드러난다. 특히 「세상을 다 얻은 행복」에서는 가족을 기다리는 마음과 생명의 탄생이 삶의 가장 큰 행복으로 이어지며, 시인이 바라보는 행복의 의미를 따뜻하게 보여준다.
또한 돌봄과 나이 듦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다. ‘치매’, ‘요양병원’, ‘요양보호사’, ‘주간보호센터’, ‘응급실’ 등을 다룬 작품들은 삶의 밝은 면뿐 아니라 인간이 늙고 병들어가는 과정까지 시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이는 개인의 경험을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마주해야 할 삶의 풍경을 바라보는 시인의 관심으로 읽힌다.
자연과 계절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시집의 중요한 축이다. 복수초, 낙화, 저어새, 낙조, 소나무, 무궁화, 물망초, 아카시아, 폭포수 등 자연의 소재가 삶의 변화와 기억을 비추는 매개로 등장한다. 특히 「복수초」와 「낙화」에서는 계절의 변화가 단순한 자연 현상에 머물지 않고 지나간 시간과 생의 감각으로 이어진다. 「지금 시작하세요」는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시작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오늘 내딛는 한 걸음에서 비롯되며, 결국 삶은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작품 세계에 대해 김명길 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는 시집의 표제인 ‘닥치는 대로 살아라’를 단순한 체념이나 순응의 언어가 아니라, 삶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방식으로 대응해 나가는 인간의 지혜와 의지로 읽어낸다. 특히 바람과 파도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이미지와 어머니의 목소리를 연결하면서, 김종순의 시가 현재의 삶에서 과거의 기억으로, 다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어지는 정서적 흐름을 형성하고 있음을 주목한다.
『닥치는 대로 살아라』는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한 사람의 오랜 답이다. 삶의 굴곡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가족을 사랑하고, 타인을 돌보고, 자연의 변화 속에서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는 일. 김종순의 첫 시집은 특별한 삶의 이야기를 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상의 순간을 시로 붙잡아 삶의 의미를 되묻는다.
이번 시집은 2026년 10월 22일 초판 인쇄를 거쳐 10월 25일 발행됐다. 김종순이 지었으며 김연주가 펴냈고, 도서출판 성연에서 발행했다. 편집은 배성근, 디자인은 배선영이 맡았다. 정가는 1만5천 원이며 제어번호는 979-11-221711-1-2(03800)이다. 도서출판 성연의 사무실은 창원시 성산구 대원로 27번길 10-1, 시와늪문학관 내에 자리하고 있다.
첫 시집 『닥치는 대로 살아라』는 그렇게 살아온 시간의 기록이면서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시간을 향한 다짐이다. 닥쳐오는 삶을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자기만의 의미와 행복을 발견하는 것. 김종순의 시는 그 평범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의 진실을 조용히 건네고 있다.
시와늪 대표 배성근 (시인.수필.소설.평론(비평)칼럼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