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時論, 잊혀진 계절] 시월의 마지막 밤, 윤회와 숙명 앞에서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가 싶더니 어느새 찬바람이 일고 낙엽이 뒹구는 만추(晩秋)다. 이맘때면 문득 쓸쓸함이 묻어나는 시월의 마지막 날이 다가온다.
기승전결(起承轉結)과 흥망성쇠(興亡盛衰), 그리고 생로병사(生老病死)로 이어지는 세상사에 어찌 아쉬움이 없으랴. 초록빛 물결이 화려한 단풍의 물결을 이루고 한때를 묵묵히 마무리하는 자연의 이치를 보며, ‘생자필이(生者必離)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진리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가수 이용의 노래 ‘잊혀진 계절’ 가사처럼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라는 노랫말이 절로 읊조려지는 시점이다.
이 곡은 번안곡으로 작곡가 이범희와 작사가 박건호다. 당초 가요계의 거목 조용필을 위해 만들어졌으나 여러 곡 작업으로 인연이 닿지 않으면서, 당시 신예였던 가수 이용의 품에 안겨 시대의 명곡으로 탄생했다.
비록 헤어진 연인의 아픈 기억을 담고 있지만, 시간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깊은 여운을 준다는 점에서 계절의 끝자락과 완벽하게 맞닿아 있다.
지난날의 풍성했던 기억을 뒤로하고 이제 자연은 긴 동면에 들어야 한다. 그리고 묵은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때를 준비하는 거대한 윤회의섭리를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계절의 끝자락에 선 나약한 인간의 모습은 덧없어 보이지만, 동시에 다가올 새로운 도전을 준비해야 하는 숙명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전환의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첫째는 비움의 미학을 받아들이는 유연함이다. 모든 잎이 떨어져야 새순을 틔울 수 있듯, 지나간 것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새로운 시작을 품을 수 있다.
둘째는 성찰의 시간이다. 낙엽이 썩어 거름이 되듯, 지난 계절의 성공과 아픔 모두를 내면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처럼 묵묵히 내실을 다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삶의 쇠락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도약을 위한 잠정적 멈춤일 뿐이다.
시월의 마지막 밤, 아쉬움을 넘어 다가올 계절을 의연하게 마주하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