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는 부끄러움에 뮤지컬 제작"…시·뮤지컬로 한·캐나다 잇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11-02 11:13

박정순 한카문화예술원장의 25년…독도 지킴이에서 캐나다 선교사 조명까지


창작 뮤지컬 '설계자들: 조선의 등불' 제작…'만해 한용운 문화예술제'도 열어


박정순 한카문화예술원 원장박정순 한카문화예술원 원장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한글회관 강당에서 열린 '만해 한용운 문화예술제'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박정순 한카문화예술원 원장. 2026. 11. 2. phyeonsoo@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캐나다 선교사들에 관한 논문과 자료를 접하면서 이들의 이야기를 몰랐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꼈고,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제작을 결심했습니다"


시와 무대로 한국과 캐나다의 역사를 잇고 있는 동포 시인 박정순 한카문화예술원 원장은 지난달 26일 연합뉴스와 만나 창작 뮤지컬 '설계자들: 조선의 등불'의 제작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9월 캐나다 토론토 페어뷰 극장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전후, 낯선 조선 땅을 밟아 의료와 교육 발전에 헌신하고 독립운동에 힘을 보탰던 올리버 에비슨을 비롯한 캐나다인 개척자들의 숭고한 삶을 음악과 극으로 풀어냈다.


뮤지컬 주인공인 올리버 에비슨이 미국 플로리다와 워싱턴 DC에서 노후를 보내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승인을 위해 힘쓰는 모습이 중심 서사다.


창작 뮤지컬 '설계자들: 조선의 등불' 출연 배우들창작 뮤지컬 '설계자들: 조선의 등불' 출연 배우들 [한카문화예술원 제공]


여기에 제중원과 세브란스병원 원장, 연희전문학교 학장으로 활동했던 젊은 시절의 한국 활동이 회상 형식으로 펼쳐지고, 마지막 장면은 에비슨이 고종 황제와의 우정을 되새기는 내용이다.


작품은 병원 건립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올리버 에비슨이 한국 독립운동에 기여한 역할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 원장은 "당초 제목은 '조선의 등불'이었으나, 시대를 넘어선 선교사들의 업적을 강조하기 위해 '설계자들'을 앞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시대와 현재를 잇는 강한 연결감을 느꼈다"며 "선교사들이 교육·의료 시스템을 설계한 덕분에 오늘날의 세브란스병원이 세계적 의료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창작 뮤지컬 '설계자들: 조선의 등불' 공연창작 뮤지컬 '설계자들: 조선의 등불' 공연 [한카문화예술원 제공]


캐나다 선교사들의 헌신을 무대에 올린 박 원장은 최근 한글과 문학에 담긴 민족정신을 되새기는 행사도 마련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한글회관 강당에서 열린 '만해 한용운 문화예술제'다. 유엔피스코, 한말글문화협회,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과 공동으로 마련한 행사다.


1926년은 만해의 시집 '님의 침묵'이 회동서관에서 처음 나오고, 오늘날 한글날의 전신인 '가갸날'이 처음 제정된 해다. 올해 100주년을 맞아 한글과 문학에 깃든 민족정신을 되새기자는 취지였다.


'만해 한용운 문화예술제'에서 인사말하는 박정순 원장'만해 한용운 문화예술제'에서 인사말하는 박정순 원장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한글회관 강당에서 열린 '만해 한용운 문화예술제'에서 박정순 한카문화예술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 11. 2. phyeonsoo@yna.co.kr 


이날 시낭송회에서는 장기숙 전 재능시낭송협회장이 '님의 침묵'을 한국어로 낭송했고, 한카문화예술원의 조은희 씨가 같은 작품을 영어로 선보였다.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장은 '가갸날',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은 '나의 노래'를 각각 낭송했다.


행사에서는 뮤지컬 '설계자들: 조선의 등불'이 소개돼 국경을 넘어 이어진 연대의 의미를 되새겼다.


박 원장의 활동은 독도에서 출발했다. 2001년 독도사랑협의회를 설립해 회장을 맡았다. 2003년에는 독도시집 '영혼까지 독도에 산골하고'를, 2005년에는 영문판 '칠천만 개의 독도를 꿈꾸며'를 각각 냈다.


112쪽 분량의 영문판은 유엔 회원국과 세계 대학 도서관 등에 배포됐다. 2004년에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와 세계 각국의 일본대사관에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쓴 항의 편지를 보냈다.


박정순 원장이 펴낸 독도 관련 국·영문 도서들박정순 원장이 펴낸 독도 관련 국·영문 도서들 박정순 원장이 독도사랑협의회장 시절 펴낸 '독도에 심어진 영혼', '칠천만 독도의 메아리', '독도, 33인의 메아리' 등 독도 관련 도서들. 특히 세계무대에 알리기 위해 '신용하의 독도 관련 100문 100답' 영문판을 비롯해 주요 도서들의 영문 번역본을 발간하며 글로벌 홍보 기반을 다졌다. [한카문화예술원 제공] 


부산 출신인 박 원장은 1994년 캐나다에 이민했다. 같은 해 '열린문학' 신인상을 받았고, 1999년에는 매월당 김시습 문학상과 캐나다 연방정부 문화부상을 받았다.


시집 '물 이랑마다 그리움만 소금쟁이 맴돌고', '그리움으로 피었다 지는 꽃'을 냈으며, 캐나다 시인협회·한국펜클럽·세계 한민족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캐나다 토론토 애국지사기념사업회가 펴낸 '애국지사들의 이야기4'(신세림) 공동 집필자로도 참여했다.


독도를 지키기 위해 시를 썼던 그는 이제 한국을 위해 헌신한 캐나다인들의 삶을 무대에 올리며 두 나라의 역사적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박 원장은 뮤지컬의 다음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캐나다 연방의사당 공연에는 알리 알사시 연방국회의원이 적극 돕기로 했다. 또한 한국 무대에도 올리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토론토로 돌아가면 배우들과 본격적으로 공연 준비에 들어가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자비로 충당해 왔어요. 오케스트라를 넣고 배우도 더 투입하고 연출과 무대까지 한 단계 끌어올리려면 후원자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KBS '한민족 하나로'에 출연한 박정순 원장KBS '한민족 하나로'에 출연한 박정순 원장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박정순(오른쪽) 한카문화예술원장이 최근 KBS '한민족 하나로'에 출연해 뮤지컬 '설계자들: 조선의 등불' 대본을 공동 집필한 남택성 시인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2026. 11. 2.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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