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생활박물관 헌법 80주년 기념전…3일 국회 앞 개헌 반대 시위
(도쿄=연합뉴스) 조성미 특파원 = '평화헌법'이라는 별칭을 가진 일본의 헌법 공포 80주년을 앞두고 다시는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취지를 강조하는 움직임이 일본 내에서 나타나고 있다.
2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도쿄도 오타구에 있는 '쇼와(昭和) 생활 박물관'은 '지금이야말로 헌법을 널리 알리자'라는 제목의 헌법 공포 80주년 기획전을 열고 있다.
일본 헌법은 일제가 패전한 이듬해인 1946년 11월 3일 공포된 뒤 1947년 5월 3일 시행됐다.
이 헌법은 제9조 1항과 2항에 "국권이 발동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혹은 무력행사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는 영구히 포기한다. 육해공군, 그 외 전력은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를 담으면서 전쟁과 전력 보유를 포기한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일본 헌법 원본 (도쿄=연합뉴스) 조성미 특파원 = 일본 국립공문서관은 일본의 헌법기념일을 맞이해 1946년 제정, 이듬해 시행된 헌법 원본 등 희귀 공문서 원본들을 특별 전시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전시된 일본 헌법 원본. 20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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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와 생활 박물관은 쇼와 일왕이 재위했던 1980년대 말까지 시대상을 다루는 기획전을 주로 여는 곳이지만, 지금까지 연 17번의 기획전 가운데 헌법을 주제로 다룬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도쿄신문이 소개했다.
기획전을 짠 고이즈미 가즈코(92) 관장은 지난해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출범한 이래 헌법 9조 개정, 방위비 증액, 무기 수출 허용 등을 추진하는 것을 보며 패전 전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우려했다고 한다.
고이즈미 관장은 "일본인들은 전쟁에 진절머리가 났기 때문에 새로운 헌법을 받아들였던 것인데,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에게는 (그 의미가) 점점 옅어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전쟁 당시 도쿄에 살던 그는 공습에 대비한 건물 철거로 집을 잃고 요코하마로 옮겨가 대공습을 겪었다.
그는 "날씨가 좋은 날이었는데도 비행기가 기관총을 난사하면 세상이 캄캄해질 정도"였다며 전쟁이 얼마나 비참한 경험을 안겼는지 생생하게 전했다.
고이즈미 관장은 "사촌이 전쟁 중 필리핀에서 전사했는데 어머니와 이모들이 아들이나 남편을 더 이상 군대로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기뻐했다"고 털어놨다.
쇼와 생활 박물관의 헌법 기획전에는 일제 구헌법이 시민들에게 공습당할 경우 "도망치지 말고 불을 꺼라"라고 강요했던 방공법과 징병제 관련 문서가 소개됐다.
전시 중 금속 부족 현상에 도자기로 만들었던 온수 주머니 등 전쟁으로 바뀐 생활사의 모습과 새로 헌법이 만들어진 뒤 배포됐던 해설서도 등도 전시됐다.
태평양 전쟁 중 히로히토 일왕의 모습. 1945년 3월 18일 히로히토(裕仁·1901∼1989) 당시 일왕이 미군의 도쿄대공습으로 폐허가 된 도쿄의 한 신사를 둘러보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고이즈미 관장은 일본의 전후 경제 성장 역시 헌법이라는 토대가 있었던 덕분이라며 "헌법은 평화롭고 안심할 수 있는 삶을 지켜주는 방패"라고 강조했다.
한편, 헌법 공포 80주년인 3일 일본 도쿄도 치요다구에 있는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는 정치권의 개헌과 방위력 확대 등 움직임에 반대하는 '11.3 국민 대행동'이 열릴 예정이다.
주최 측은 사전에 배포한 자료에서 "일본은 해외에서 전쟁하지 않는 역사를 쌓아왔다"며 평화헌법 개정을 반대했다.
일본 헌법은 제정 이후 80년간 한차례도 개정되지 않았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자위대 지위 헌법 명기 등 자민당이 추진해온 내용을 담아 개헌을 시도하고 있다.
그가 내년 봄 자민당 대회까지 대략적인 개헌 내용의 윤곽을 그리겠다고 강조했지만, 자민당 내부의 속도 조절론과 야당 반대 등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에는 그다지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