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앞둔 강남 '마지막 판자촌'…사흘 만에 또 화재 원인 조사
구룡마을 화재 합동감식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한 추가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2026.11.2 see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경찰과 소방이 지난달 말 강남구 구룡마을을 태운 화재 원인을 찾지 못해 2일 또다시 합동 감식을 벌였다.
경찰과 소방,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관계 기관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구룡마을 현장에서 발화 지점을 수색하며 원인을 확인하고 있다.
합동감식반은 지난달 28일 약 4시간 30분 동안 조사 구획 설정 등 준비 작업을 한 뒤 30일 첫 감식에 착수했다.
당시 타버린 가구 등을 옮기고 잿더미를 파내 흔적을 조사했는데도 원인이 특정되지 않아 사흘 만에 재작업이 이뤄졌다. 이번에 화재 원인이 특정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대규모 화재는 여러 차례 정밀 감식에도 '원인 미상'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적잖다.
감식반은 이번 조사에서 화재 과정을 추정할 만한 유의미한 증거물이나 발화 지점이 드러나는 흔적 등을 최대한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잿더미가 됐는데도 일대를 떠나지 않는 주민들은 야속한 마음이다.
감식 현장을 찾아 조사를 지켜보던 정모(69)씨는 취재진에게 방화 가능성을 설파하기도 했다.
정씨는 "어느 봉사단체인지 소방차보다 먼저 현장에 나와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옮겼다. 사전에 알고 있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었겠나"라며 "우리가 안 나가고 있으니 다 태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소방, 구룡마을 화재 합동감식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30일 서울 구룡마을에서 경찰과 소방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한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2026.10.30 mon@yna.co.kr
방화 정황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
정씨는 "양보해서 화재가 (방화가 아닌) 우연이라고 해도 충분히 초기에 끌 수 있었다"고 성토했다.
이어 "우리가 많이 요구하지 않는다. 분양권을 달라고 하지도 않는다"며 "임대 주택을 주겠다는데 주기적으로 재계약해야 하고, 조건이 맞지 않으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A씨는 "S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만 노났다. 1월에 이어 또 불이 나서 주민들이 스스로 다 나가버리고 있다"며 역정을 냈다.
A씨는 40년가량 구룡마을에 살았다면서도 취재진에 신원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구룡마을은 1970∼1980년대 도시 개발 과정에서 밀려난 철거민 등이 모인 무허가 판자촌으로,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이라 불린다.
2016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뒤 SH가 사업시행자를 맡아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주민들과 갈등이 이어져 왔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기존 1천107세대 가운데 950세대(85.8%)가 이주를 마쳤고, 157세대(14.2%)가 아직 이주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다.
주민들은 재개발 사업과 올해 연달아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주거지가 사라졌는데도 SH가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SH는 소득에 따라 임대료를 60∼100% 감면한 임시 공공주택을 제공하는 등 수 차례 이주 대책을 제안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구룡마을 화재 이재민 60가구에 대한 재해구호 지원 기간을 기존 7일에서 14일로 연장하기로 했다.
재해구호 지원금은 서울시가 강남구에 교부하고 강남구가 실제 지원을 집행하는 방식이다.
구룡마을 화재 추가 합동감식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한 추가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2026.11.2 seephoto@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