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사이펀』, 창간 10주년 맞아 시인 200명 설문 공개
작고 시인 중 백석과 기형도 선호
AI 시 창작, 78.5%가 부정 반응
창간 10주년 맞은 사이펀 봄호 표지(사진=사이펀 제공)부산에서 발간되는 시 전문 계간지 『사이펀』이 창간 10주년을 맞아 국내 시인들의 취향을 집약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25년 10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됐으며, 현재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시인 200명이 참여했다. 응답자는 남성 99명, 여성 101명으로 구성됐다.
설문은 시인의 형성과 취향을 다각도로 들여다보기 위해 마련됐다. 등단 경로를 비롯해 등단 이전에 좋아했던 시인, 현재 가장 선호하는 시인, 기억에 남는 작고 시인, 가장 좋아하는 시 한 편, AI 창작에 대한 인식, 애창곡과 기억에 남는 영화 등 총 10개 항목이 포함됐다.
“여전히 고전으로 돌아간다”
조사 결과, 시인들의 등단 경로는 문예지 신인상이 66.5%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신춘문예는 13.5%에 그쳤다. 이는 여전히 문예지 중심의 등단 구조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등단 이전에 영향을 받은 시인으로는 김수영, 백석, 기형도, 서정주, 윤동주, 김춘수, 한용운, 정지용 등이 고르게 언급됐다. 특히 한국 현대시의 초기 및 중기 시인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해, 현재 시인들의 감수성이 여전히 전통적인 시적 유산 위에 놓여 있음을 확인하게 한다.
백석·기형도, 여전히 ‘현재진행형’
‘가장 기억에 남는 작고 시인’ 항목에서는 백석과 기형도가 나란히 1위를 차지했다. 두 시인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현대시의 정서를 구축했지만, 세대를 넘어 지속적으로 재독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 영향력을 보였다.
현재 활동하는 시인 가운데 선호도가 높은 작가로는 이성복, 김혜순, 송찬호, 최승자, 진은영, 강은교 시인 등이 두루 언급됐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시적 경향을 대표하면서도 동시대 시단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작가들이다.
창간 10주년 설문조사를 소개하는 책 내부 지면 모습(사진=사이펀 제공)‘가장 좋아하는 시’ 1위는 윤동주 ‘서시’
시인들이 직접 꼽은 ‘최애 시’에서는 윤동주의 「서시」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와 함께 강은교의 「빗방울 하나」, 기형도의 「안개」,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김춘수의 「꽃」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특정 작품이 아니라 작가 전체로 보면 백석 시인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김혜순, 김수영 시인이 뒤를 이었다.
AI 시 창작에 대한 경계감
최근 문학계의 화두인 인공지능 창작에 대해서는 신중하거나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긍정적이지만 우려된다’는 응답이 33%, ‘부정적이지만 흐름상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35%로 나타나, 전체의 68%가 일정 수준 이상의 경계심을 드러냈다.
또한 AI가 인간의 시적 정서를 온전히 구현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54.5%로 과반을 차지했다. 공모전과 문단 질서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24%에 달했다. 종합하면 78.5%의 시인들이 AI 시 창작에 대해 불안 또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를 실제로 활용해 본 경험에 대해서는 68.5%가 ‘없다’고 답했으며, 일부 경험자들 역시 실험적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노래와 영화, 감수성의 또 다른 지도
시인들이 애창하는 노래로는 「봄날은 간다」, 「개여울」, 「모란동백」, 「킬리만자로의 표범」, 「세월이 가면」, 「한계령」 등이 꼽혔다. 대체로 서정성과 회고성이 짙은 곡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기억에 남는 영화 역시 고전 외화가 중심이었다. 「닥터 지바고」를 비롯해 「일 포스티노」, 「벤허」, 「시네마 천국」, 「러브 스토리」 등이 언급됐으며, 국내 작품으로는 「박하사탕」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시인들이 좋아하는 시인 12인의 신작과 근작시를 게재했다.
시인들의 선택, 그리고 현재의 좌표
이번 조사와 함께 『사이펀』은 시인들이 선호하는 작가로 선정된 강은교, 김준태, 송재학, 송찬호, 신용목, 이규리, 이장욱, 이하석, 조용미, 진은영, 천양희, 황인찬 등 12인의 신작과 근작시를 함께 수록했다.
또한 주목 시집으로 송진의 『워프 워프 더 워프』를 선정해 대표작과 신작, 평론을 함께 실었다.
배재경 『사이펀』 대표는 “이번 설문은 동시대 시인들의 문화적 배경과 감수성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시도”라며 “시인들이 무엇을 읽고, 듣고, 기억하는지를 통해 현재 한국 시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헤드라인 뉴스
-
《인문사회》 기초한자 조정
기초한자 조정 영국의 더 타임스지는 최근에 펴낸 ‘타임스 영어사전’에 몇몇 인터넷용어를 새로 수록했다. 인터넷상의 에티켓을 뜻하는 네티켓을 비롯하여 원래는 돼지고기 통조림 상표지만 인터넷에서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데도 e메일을 마구 보내는 뜻으로 쓰이는 스팸(spam) 등등이 그것이다. 그러다보니 지난 1990년부터 30년동안 영어사전에 새로 오른
-
《인문사회》 일이관지(一以貫之)
일이관지(一以貫之) 바둑은 흔히 인생의 축소판으로 불린다. 삶의 철학과 지혜, 전략이 19줄의 반상에 고스란히 담긴다. 한 수가 판세를 바꾸기도 하고, 초반의 포석이 끝내기까지 영향을 미친다. 형국을 읽지 못하면 유리한 국면도 금세 흔들리고, 무리수는 전체 흐름을 그르친다. 때로는 승부수로 판을 뒤집는 뒷심이 필요하고, 대마불사(大馬不死)처럼 쉽게
-
《인문사회》 가정 내 갈등
가정 내 갈등 얼마 전 대구에서 사위가 장모를 폭행해 사망하게 하고 딸과 함께 그 시신을 하천에 유기한 사건이 보도돼 많은 사람을 분노케 했다. 이 사건은 지적장애가 있는 가족 간의 갈등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처럼 극단적인 예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가장 가깝고 사랑해야 할 가족 간의 이런저런 갈등이 넘쳐나고, 그중 일부는
-
《인문사회》 진보는 어디서 비롯되는가
진보는 어디서 비롯되는가 최근 인상 깊게 읽은 책 중 대런 애쓰모글루와 사이먼 존슨의 '권력과 진보'라는 책이 있다. 기술의 발전과 권력 관계에 대한 고찰이 담긴 책이다. 권력과 자본의 관계를 다룬 것이 '자본론'이라면 기술과 권력의 관계를 다룬 책이 '권력과 진보'이다. 하지만 투쟁적이거나 과장된 어조를 취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무덤덤한 관찰자의
-
《인문예술》 예술의 사회적 역할
예술의 사회적 역할 "기업의 이윤은 문화에 쓰여야 한다. 돈 버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된다면 우리는 영원히 행복해질 수 없다."(후쿠타케 소이치로 베네세그룹 회장) 연말이면 새해맞이 수첩을 구입해 표지 안쪽 면에 이 문구를 적는다. 베네세그룹은 1980년대 초 일본 가가와현 세토 내해의 작은 섬 나오시마를 예술섬으로 바꾼 출판기업이다. 1970년대 제련소로
-
《인문경제》 형세 읽는 자본시장 전략
형세 읽는 자본시장 전략 손자는 '손자병법' 허실편에서 "병형상수(兵形象水)"를 말하고 있다. 전쟁의 형세는 물과 같다는 뜻이다. 물이 높은 곳을 피해 낮은 곳으로 흐르듯 전략 역시 시대의 흐름을 따라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 자본시장의 역사도 그런 흐름 속에서 발전해 왔다. 주식시장의 기원은 17세기 동인도회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 주식시장은 투기와
-
《인문정치》 일하는 의회
일하는 의회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이 지지층 결집만을 노린 극단적 대립으로 입법 기능 마비라는 중대한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미국 연방하원의 초당적 의원 모임인 '문제해결위원회(Problem Solvers Caucus)'가 보여주는 행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7년 1월, 미국 정치가 당파적 양극화로 치닫던 시기에 결성된 이 위원회는
-
《인문사회》 씨앗과 울타리
씨앗과 울타리 주말에 도심 외곽을 지나가다 보면 주말농장을 운영하며 '에코힐링'을 즐기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본다.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다. 이들은 땀 흘리며 흙을 고르고 씨앗을 뿌리면서 풍성한 수확을 기대한다. 고생한 만큼 알찬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는 작은 행복은 결코 인공지능(AI)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 영역으로
-
《인문문화》 봄꽃축제 단상
봄꽃축제 단상 전 국토가 가히 꽃밭이다. 아파트 단지와 학교 같은 집 주변은 물론 강변과 도로변, 전국의 산과 들 어느 곳이나 봄꽃들로 가득하다.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벚꽃과 목련까지 활짝 핀 꽃들이 온 산하를 아름답게 꾸미고 있다. 원래 봄이 오면 노란 복수초가 눈 사이를 비집고 얼굴을 내미는 것을 시작으로 매화와 산수유가 피고 이어서 개나리
-
한국마사회, 2026년 체험형 청년인턴 60명 채용…"취업 사다리 역할 톡톡"
한국마사회, 2026년 체험형 청년인턴 60명 채용…"취업 사다리 역할 톡톡" 한국마사회(회장 우희종)가 청년 구직자들에게 실질적인 직무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취업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2026년 체험형 청년인턴' 60명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채용 분야는 ▲사무·기술 보조(26명) ▲말산업 전문(16명) ▲AI·빅데이터 전문(3명)
-
인천공항공사, AI·딥테크 스타트업 육성 본격화…스타트업 육성사업 참여기업 모집
인천공항공사, AI·딥테크 스타트업 육성 본격화…스타트업 육성사업 참여기업 모집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디지털 공항 혁신을 선도하고 공항산업의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행하는 '2026년 인천공항 스타트업 육성사업'의 참여기업을 모집한다고 4일 밝혔다. '인천공항 스타트업 육성사업'은 인천공항과 함께 성장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국내 스타트업을 발굴해
-
석유관리원, 고유가 속 취약계층에 에너지 행복 나눔 실천
석유관리원, 고유가 속 취약계층에 에너지 행복 나눔 실천 한국석유관리원(이사장 최춘식)은 최근 중동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독거노인, 소규모 복지단체 등을 대상으로 난방유 및 차량 연료유 지원에 나섰다. 이번 난방유 및 연료유 무상 지원은 중동사태 장기화로 인한 유가 상승이 지속됨에 따라 본사를 포함한 전국 10개 지역사업장에서 동시에
-
인천공항공사, 바탐공항과 교육협력 MOU 체결
인천공항공사, 바탐공항과 교육협력 MOU 체결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9일 바탐 항나딤 국제공항(Hang Nadim International Airport) 운영사인 PT BIB(PT Bandara Internasional Batam)와 '교육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협약식에는 공사 김범호 사장직무대행, PT
-
하나금융그룹, 포스코인터내셔널·두나무와 블록체인 활용 해외송금 판 바꾼다
하나금융그룹, 포스코인터내셔널·두나무와 블록체인 활용 해외송금 판 바꾼다 하나금융그룹(회장 함영주)은 포스코인터내셔널(대표이사 사장 이계인), 두나무(대표 오경석)와 금융·산업·디지털자산간의 융합 혁신으로 미래형 글로벌 금융 생태계 교두보 마련을 위한 3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업무협약은 하나금융그룹의 독보적인 외국환 네트워크,
-
"지리산이 키운 첫물 찻잎"…하동 야생차 수확 한창
"지리산이 키운 첫물 찻잎"…하동 야생차 수확 한창 하동군이 본격적인 야생차 수확철을 맞아, 지리산 자락에서 자생하는 야생 찻잎 채엽(찻잎을 따는 과정)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차 수확과 함께 하동야생차문화축제(5.1∼5.5), 별천지 하동 차문화관 등도 연계해 우리나라 차 문화 확산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동 야생차는 농약과 인위적 재배에 의존하지
-
한국마사회, 2026년 제1차 내부통제위원회 개최
한국마사회, 2026년 제1차 내부통제위원회 개최 한국마사회(회장 우희종)는 기관경영의 효율성 제고 및 경마사업의 공정성 강화 등을 위한 내부통제위원회를 개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우희종 회장을 비롯해 임원진 및 주요 실·처장 등이 참석, 전사적 내부통제 강화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올해 새롭게 수립한 내부통제 추진체계는
-
군산시, 국제 탱고 마라톤 유치로 '맥주·문화 도시' 도약
군산시, 국제 탱고 마라톤 유치로 '맥주·문화 도시' 도약 국제적인 탱고 동호인들의 교류 행사인 '2026 군산 탱고 마라톤(GUNSAN TANGO MARATHON)'이 오는 5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군산비어포트 일원에서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 군산이 구축해온 '로컬맥주 도시' 브랜드를 국내외에 확산하는 계기로 주목받고
-
기장군, 보훈회관 건립 박차…신축부지 현장점검 나서
기장군, 보훈회관 건립 박차…신축부지 현장점검 나서 기장군(군수 정종복)은 보훈회관 건립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지난 23일 보훈회관 신축부지에서 현장점검을 실시했다고 29일 밝혔다. 기장군 보훈회관은 장안읍 좌천리 271번지 일원에 연면적 약 1,526.08㎡,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군은 오는 6월 설계용역 완료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
경기도, 시흥·성남과 '피지컬 AI 확산센터' 협약…제조현장 AI 도입 본격 시동
경기도, 시흥·성남과 '피지컬 AI 확산센터' 협약…제조현장 AI 도입 본격 시동 경기도가 로봇과 자율이동장치 등 물리 환경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인공지능(AI)을 산업 현장에 확산하기 위해 30일 시흥시, 성남시와 '피지컬 AI 확산센터 구축 및 운영 사업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협약 기간은 5년이다. 이를 통해 도는 확산센터 핵심 인프라 구축과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