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 교동 820번지의 연화지
아직도 비워지지 않는 풍류객의 술잔
전국적으로 소문난 벚꽃 명소 인생샷
연화지의 봄밤
이복희
조선의 풍류객 술잔 기울이며
절로 시흥 일던 봉황대 처마 밑
편액은 어디로 가고
벚꽃 활자만 바람에 휘날린다
한글과 알파벳에 익숙한 내가
지는 꽃잎의 초서체를
‘흐느적흐느적’이라고 읽으니
가로등은 휘황한 눈을 뜨고
불안한 봄밤의 불을 지핀다
낙화에게도 꿈이 있다면
몇 백 년 거스른 그날의 시구(詩句)에서
봉황의 날갯짓을 읽는 것
굴렁쇠 같은 못 둘레가 점점 좁혀지다가
봉황이 내쉬는 큰 한숨의 침묵을 뚫고
오늘 나, 승천을 꿈꾸는 것
언제까지나 솔개일 수밖에 없음에
설화 속 봄밤은 오늘까지 아득하다
김천시 교동 820번지의 연화지는
아직도 비워지지 않는
풍류객의 술잔이다
연화지의 봄밤(사진=박상봉 기자)
전국적인 벚꽃 명소로 소문난 경북 김천시 교동에 있는 ‘연화지’에 벚꽃을 즐기려는 상춘객이 몰려들고 있다.
연화지의 봄은 밤이 더 화려하다. 연화지를 찾는 사람들이 벚꽃을 보며 봄 야경을 만끽할 수 있도록 야간 경관조명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연화지뿐 아니라 인접한 ‘직지천변 벚꽃길’을 연계한 야간조명이 깊어가는 봄밤을 설레이게 한다.
김천팔경은 연화지 벚꽃, 오봉저수지 둘레길, 난함산 일출·일몰, 사명대사 공원 평화의 탑 야경, 직지사 단풍나무길, 부항댐 출렁다리, 청암사 인현왕후길, 수도산 자작나무숲이다.
이 중 연화지 벚꽃은 김천팔경의 으뜸으로 손꼽힌다. 제철 개나리꽃과 어울린 연화지 벚꽃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매년 봄 연화지는 연못가에 빼곡히 심어진 개나리꽃과 함께 활짝 핀 왕벚꽃이 낮에 봐도 아름답지만, 밤이면 김천시가 설치한 경관조명과 어울려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개나리꽃과 함께 활짝 핀 왕벚꽃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연화지의 봄(사진=김천시 제공)
특히 벚꽃이 질 무렵 이면 경관조명으로 인해 수면에 비친 벚꽃과 조명에 비친 흩날리는 꽃잎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야간 벚꽃 촬영 포인트는 연화지 입구에서 조금 들어간 곳으로 아파트가 보이는 곳이다. 속칭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다.
연화지 가운데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15호로 지정된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의 팔작지붕 2층 누각 봉황대(鳳凰臺)가 있다.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조선조 문신 임계(林溪) 유호인(兪好仁) 등 옛 선비들이 시를 읊고 학문을 토론했던 장소다. 지금도 교동 연화지를 노래한 임계의 시(詩)가 전해져 온다.
金陵佳塵地 一沼貯情波 (금릉가진지 일소저정파)
금릉 아름다운 땅, 맑은 물결이 일렁이네
得所錦鱗物 琦風楊柳斜(득소금린물 기풍양류사)
물속에 비단비늘이 가득하고 바람에 수양버늘이 나부낀다
벽지삼만개 홍견십장화 碧知三萬盖 紅見十丈花
푸른 것은 삼만개의 연잎이요 붉은 것은 열 길의 연꽃이네
勝槩非吾分 征輪獨此過(승개비오분 정륜독차과)
좋은 경치를 감상함은 내 분수가 아니라 떠나는 수레타고 홀로 이곳을 지난다네
아파트 옥상에서 찍은 연화지의 봄밤 풍경(사진=이복희 시인 제공)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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