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의 힘

굳이 ‘마피아’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이탈리아인들은 가족간의 응집력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유명 패션회사의 상당수가 가족회사인 것도 이탈리아적 현상 중의 하나다. 그러다보니 결혼 뒤에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한 지붕 아래에서 사는 ‘마마보이천국’이 바로 이탈리아라는 얘기도 나온다. 재작년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30세의 한 이탈리아 청년이 뒷바라지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며 아버지를 고소한 사건을 보도하면서 ‘마마보이 같은 어른’이라며 빈정거리기도 했다.
몇 해 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2015년 기준으로 25~29세의 이탈리아 미혼남성이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이 56%라고 보도했다. 결혼한 남자의 43%는 엄마와 10㎞ 이내에 살고 있었으며 15%는 아예 한 건물 안에 거주하고 있었고 58%는 매일 엄마 얼굴을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결혼한 딸이 매일 엄마를 만나는 비율도 65%에 이르렀다.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휴대전화기가 많은 것도 가족들과 수다떨기를 좋아하는 이탈리아인들 특유의 기질 때문이라고 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얹혀사는 ‘기생(寄生)독신자’는 이탈리아뿐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그 비율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의 한 가전(家電)회사 경제연구원은 20~34세의 미혼자들 중 부모와 동거하는 인구를 4백67만명으로 추정했다. 그 바람에 주택이나 가전제품 등 내구소비재의 소비가 위축되었다는 것이다. IMF 이후 불황이 계속되면서 이같은 ‘기생독신자’의 숫자는 더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더욱 특이한 현상은 요즘 들어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친가보다는 처가쪽에 의존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처가쪽에서 경제적 도움을 받는 것이 18%였고 친가쪽은 11%였다. 하기야 아이들도 고모보다는 이모를, 친할머니보다 외할머니를 더 따르는 세상이긴 하지만 가족관계도 이젠 아내중심으로 재편되어 ‘처가의 힘’이 막강해지는 세상이 될 모양이다. ‘겉보리 서말만 있어도 처가 신세를 안 진다’는 속담도 이젠 옛말이 되고 말았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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