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대가 유산과 오늘의 대한민국
이미지 캡션=ai 제공
오늘의 대한민국은 누구의 나라일까. 반도체를 만드는 청년들의 나라이기도 하고,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젊은 세대의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 나라를 폐허에서 일으켜 세운 세대의 나라이기도 하다. 바로 오늘의 80대들이다.
1930년대 후반에서 1940년대 중반에 태어난 이들은 일제강점기의 마지막 세대이자 해방의 첫 세대였다. 나라 없는 설움을 경험했고, 해방의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전쟁의 참화를 겪었다. 배고픔과 가난, 보릿고개와 피난길은 그들에게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주저앉지 않았다. 산을 푸르게 만들었고, 전기를 들여왔으며, 도로를 놓고 공장을 세웠다. 독일 탄광으로, 중동 사막으로, 원양어선으로 떠나 조국의 외화를 벌었다. 농촌에서는 새마을운동을 이끌었고, 도시에서는 산업화의 주역이 되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경제 강국이 된 데에는 분명 이들의 땀과 희생이 밑거름되었다. 그러나 사회는 언제나 공과를 함께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는 흔히 80대를 영웅이라 부른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영웅이라는 이름만으로는 그들의 삶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
그들은 성장의 시대를 만들었지만 동시에 경쟁의 시대도 만들었다. 경제발전을 이루었지만, 지역 격차와 부의 불균형이라는 과제도 남겼다. 산업화를 이끌었지만, 환경 파괴와 과도한 개발이라는 그림자 또한 남겨 놓았다.
물론 이것을 특정 세대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당시 대한민국은 생존 자체가 절박한 시대였고, 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적 과제였다. 다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어떤 세대도 완벽할 수 없으며, 어느 시대도 성과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최근 세대 갈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젊은 세대는 노년층을 향해 기득권이라 말하고, 노년층은 젊은 세대를 향해 고생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대립은 서로의 삶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80대는 없는 것을 만들며 살아온 세대였다. 반면 오늘의 청년들은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 경쟁하는 세대다. 가난과 싸웠던 세대와 불안과 싸우는 세대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할 때 갈등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지금, 80대는 또 다른 낯선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의 주역이었던 이들이 디지털 사회에서는 소외계층으로 분류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다.
평생 국가 발전을 위해 헌신한 세대가 노년기에 기술 변화 때문에 사회로부터 멀어지게 된다면 그것은 공동체의 손실이기도 하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세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연결하는 일이다.
80대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을 증언하는 살아 있는 역사다. 그들의 경험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교훈이다. 반대로 젊은 세대 역시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새로운 시대를 책임질 주역이며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사람들이다.
역사는 어느 한 세대의 소유물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전쟁을 견뎌낸 세대와 민주화를 이룬 세대, 산업화를 완성한 세대와 디지털 혁신을 이끄는 세대가 함께 만들어 온 나라다. 오늘의 80대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경제성장만이 아니다. 절망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정신,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도전 정신이다.
그러나 이제 그 정신은 과거를 자랑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다음 세대에게 길을 내어주고, 새로운 변화를 이해하며,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 젊은 세대 또한 오늘의 풍요가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세워졌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80대를 영웅으로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을 역사책 속의 인물로만 남겨두지 않는 일이다. 그들이 걸어온 길을 이해하고, 그들이 남긴 경험을 배우며, 다음 세대와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갈 때 비로소 세대는 단절이 아닌 계승이 된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힘은 어느 한 세대의 위대함에 있지 않다. 서로 다른 세대가 아픔과 성취를 함께 나누며 이어온 연대의 역사 속에 있다. 그리고 그 연대가 계속되는 한,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 갈 것이다.

시와 늪 대표 배성근(시인, 수필, 소설, 평론(비평). 칼럼리스트)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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