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영향력이 큰 기업일수록 더 높은 수준의
윤리성과 공공성을 요구받는다.
불매운동은 감정 이전에 소비자의 사회적 의사표현이다.
스타벅스 매장 이미지최근 스타벅스의 이른바 ‘탱크 데이(Tank Day)’ 프로모션 논란은 단순한 마케팅 실수로 치부하기 어려운 문제를 던졌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므로 매출을 올리기 위한 마케팅 활동은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업의 가장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는 수익 창출이다. 그러나 그것이 기업의 존재 이유 전부는 아니다. 오늘날 기업은 경제적 주체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주체이기도 하다.
특히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가 기업 경영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은 시대에 기업은 단순히 물건을 팔고 돈을 버는 데서 역할이 끝나지 않는다.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윤리적 지배구조를 갖추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가격과 품질만으로 기업을 평가하지 않는다.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함께 본다.
스타벅스는 오래전부터 소비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대학 캠퍼스 입점 논쟁 때도 "학문의 공간까지 자본이 잠식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프리미엄 커피 문화를 확산시키며 소비의 계층화와 상업화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번 ‘탱크 데이’ 논란 역시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역사적 상처와 사회적 감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마케팅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스타벅스 본사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부적절한 마케팅이었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소비자에게 선불충전금 환불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재발을 막을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았다. 위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책임의 내용이다.
기업의 위기 대응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사건이 있다. 이른바 ‘채선당 임산부 폭행 사건’이다. 당시 임산부 고객이 종업원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채선당 본사는 곧바로 ‘고객님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대표가 직접 병원을 찾아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했고, 치료비를 포함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를 일으킨 가맹점은 즉시 영업 중단과 폐업 절차에 들어갔다. 피해자의 상처가 모두 치유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기업은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다. 과할 정도로 보일 만큼 적극적인 사과와 후속 조치는 사건을 수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반면 이번 스타벅스 논란에서는 환불 조치가 일부 제시되었을 뿐, 기업 스스로 무엇을 반성하고 어떤 제도를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케팅과 홍보 과정에서 역사적·사회적 민감성을 검토하는 내부 통제 장치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앞으로 어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다. 수많은 검토 과정을 거치는 대기업에서 왜 역사적·사회적 민감성을 고려한 경고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마케팅과 홍보 과정에서 역사적 의미와 사회적 함의를 점검할 수 있는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었다면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논란일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실무자의 실수가 아니라 기업 문화와 조직 시스템의 문제로도 읽힌다.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스타벅스 브랜드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소비자는 더 이상 기업의 해명만 기다리지 않는다.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기업에 대해 소비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한다. 오늘날 불매운동은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소비자의 사회적 의사표현이 되었다.
물론 모든 소비자가 같은 판단을 내릴 필요는 없다. 스타벅스를 계속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보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원칙만큼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기업은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기업일수록 더 높은 수준의 윤리성과 공공성을 요구받는다.
유한양행의 기업이념과 사회공헌 활동
이 대목에서 자주 언급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유한양행이다. 창업주인 유일한은 기업의 목적을 개인의 부 축적이 아니라 사회 환원에 두었다. 그는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했고, 기업 역시 교육·장학·공익사업을 꾸준히 지원해 왔다. 유한양행이 오랜 세월 국민적 신뢰를 얻은 이유는 단순히 의약품을 잘 만들어서가 아니다. 기업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돈만 벌어서는 존경받을 수 없다. 사회의 신뢰를 얻는 기업은 이윤과 공익의 균형을 고민하는 기업이다. 역사적 상처를 가볍게 소비하지 않고, 사회적 갈등을 마케팅 소재로 삼지 않으며, 실수했을 때는 변명보다 책임을 먼저 이야기하는 기업이다.
푸른 숲을 가꾸는 것은 크고 화려한 고목이 아니라 잡목들과 이름 모를 풀들이다. 기업이라는 숲을 가꾸는 것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최고경영자나 브랜드 간판만으로 기업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과 제품을 선택해 주는 고객들이야말로 기업을 떠받치는 뿌리다. 이들의 소중함을 알고 좋은 평판으로 신뢰를 쌓고 진실한 관계를 만들어 갈 때 비로소 성공 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이번 스타벅스 논란은 한 기업의 실수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기업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기업은 단순한 시장 참여자인가, 아니면 공동체의 일원인가. 만약 후자라면, 사회적 책임은 선택이 아니라 존재 조건이어야 한다. 이윤은 기업을 성장시키지만, 책임은 기업을 존속시킨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끝내 기억하는 것은 매출이 아니라 그 기업이 어떤 가치 위에 서 있었는가 하는 사실이다.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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