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 아침, 법을 생각해 본다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등록 2026-07-17 08:05



제헌절 아침에 다시 생각하는 법 정신

7월 17일 제헌절 아침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된 뜻을 되새기며 우리는 다시 한번 법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제헌국회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헌법과 법률을 고쳐 왔다. 시대가 변하면 법도 변해야 한다. 

새로운 사회현상과 국민의 요구를 담아내기 위해 법을 개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만은 늘 남는다. 법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국민 모두의 행복과 자유를 지키기 위한 법인가, 아니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법인가. 국민은 법을 믿고 따라야 하지만, 그 법이 공정하다는 믿음이 있을 때 비로소 자발적인 준법정신도 살아난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선언한다. 이는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출발점이다. 법은 지위와 재산, 권력의 크기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만 엄격하고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관대한 법이라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예부터 "법은 만인에게 공평해야 한다."는 말이 전해진다. 법을 만드는 사람이나 집행하는 사람도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공직자일수록 더욱 높은 책임감으로 법을 존중해야 한다. 지도층이 법을 가볍게 여기면 국민에게 준법을 요구할 명분도 약해진다.

물론 시대 변화에 따라 낡은 법은 고치고 새로운 법은 만들어야 한다. 인공지능, 디지털 사회, 저출산과 고령화처럼 과거에는 없던 문제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 개정은 충분한 국민적 공감과 숙의를 거쳐 이루어져야 한다. 특정 개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한 잦은 입법은 국민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낳고 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법이 자주 바뀌는 사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법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국민은 오늘의 법이 내일도 공정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생활하고 경제활동을 한다. 그 믿음이 흔들리면 사회 전체의 질서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법은 사람을 얽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자유를 지키고 약자를 보호하며 공동체의 질서를 세우기 위해 존재한다. 

신호등을 지키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헌법을 존중하는 국가 운영에 이르기까지 법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약속이다.

제헌절 아침,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법 정신을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법은 권력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울타리여야 한다. 

만드는 사람도, 집행하는 사람도, 지키는 국민도 같은 법 아래 함께 설 때 비로소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더욱 굳건해질 것이다. 그것이 제헌절이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소중한 메시지일 것이다.

권오정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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