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가 바꾼 출근룩…'아저씨 바지' 버뮤다팬츠의 재발견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7-19 06:58

레인부츠·샌동화 등 기능성 아이템도 인기…패션업계 제품군 확대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길어진 폭염과 예측하기 어려운 집중호우가 여름 패션의 풍경도 바꾸고 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버뮤다팬츠가 올여름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레인부츠와 방수 가방, 샌동화(샌들+운동화) 등 날씨 변화에 대응한 기능성 패션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 기후 변화에 '버뮤다팬츠' 인기…실용성과 스타일 모두 잡아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스파오의 4월 입고 물량 기준 지난 15일까지 버뮤다팬츠의 물량 소진율은 9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여성 SPA 브랜드 미쏘의 최근 3개월간 버뮤다팬츠 매출도 작년보다 13% 늘었다.


이랜드월드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동남아시아와 같은 스콜성 호우가 잦아지면서 바지 밑단이 쉽게 젖지 않는 버뮤다팬츠가 실용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레인부츠나 젤리슈즈, 스니커즈, 로퍼 등 다양한 신발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장마철에도 활용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년)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19일로 1970년대 평균(8일)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시간당 50㎜ 이상 집중호우 발생 횟수도 같은 기간 10회에서 31회로 늘었다. 무더위와 갑작스러운 폭우가 반복되는 여름이 일상화하는 추세다.


미쏘의 버뮤다팬츠 화보미쏘의 버뮤다팬츠 화보 [이랜드월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버뮤다팬츠의 인기 배경으로는 이런 기후 변화와 함께 이른바 '꾸안꾸'(Effortless Chic) 트렌드가 꼽힌다. 짧은 반바지보다 부담이 적으면서도 셔츠나 재킷과 함께 입으면 출근복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버뮤다팬츠가 한때 '촌스러운 아저씨 바지'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셀럽들의 착장과 글로벌 브랜드들의 컬렉션을 계기로 패션 아이템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실제 에르메스, 발렌시아가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올해 봄·여름 컬렉션에서 버뮤다팬츠를 선보였고, 저스틴 비버와 젠다이아, 에스파의 카리나 등 국내외 유명 인사들이 버뮤다팬츠를 입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고객 선호도 조사를 바탕으로 버뮤다팬츠를 데님뿐 아니라 프렌치테리와 면 등 소재와 컬러 구성을 폭넓게 확장했다"고 말했다.


◇ 패션업계 전반으로 번진 버뮤다 열풍…"반바지도 격식 있게"


버뮤다팬츠의 인기는 패션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우선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관련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7월 들어 무신사 내 '버뮤다 반바지' 검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증가했고, '여름 버뮤다'는 60%, '버뮤다 스웻팬츠'는 37% 각각 늘었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올해 버뮤다팬츠 누적 판매량은 지난 10일 기준 19만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했다. 거래액도 18% 이상 늘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지난해 40종이던 버뮤다팬츠 스타일을 올해 54종으로 확대하고 데님과 나일론, 쿨탠다드 소재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였다.


히스헤지스 버뮤다팬츠히스헤지스 버뮤다팬츠 [LF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F도 올여름 버뮤다팬츠를 클래식 캐주얼의 핵심 아이템으로 내세우고 있다.


헤지스는 여성 데님 버뮤다팬츠 물량을 지난해보다 약 20% 늘렸으며, 이달 들어 데님 버뮤다팬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80% 증가했다.


남성 라인은 국내 소비자 체형과 선호도를 고려해 글로벌 브랜드보다 여유로운 기장의 제품으로 선보였다. 버뮤다팬츠 구매 고객의 절반가량은 30∼40대로 일반 팬츠보다 젊은 고객층의 유입이 두드러졌다.


헤지스 관계자는 "짧은 쇼츠보다 부담 없이 착용 가능한 기장감을 선호하는 흐름과, 지나치게 캐주얼하지 않은 스타일이 소비자들의 수요와 맞물려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는 스웨트와 코튼, 나일론, 데님, 카고 등 다양한 소재의 버뮤다팬츠를 출시해 일부 상품이 이미 품절됐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와이드핏 트렌드 속에 편안한 착용감과 짧은 반바지보다 부담이 적은 기장 덕분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버뮤다팬츠 스타일을 대폭 강화했다. 스튜디오 톰보이는 올해 버뮤다팬츠 스타일 수를 지난해보다 60% 이상 늘렸고, 보브(VOV) 역시 직조 원단(우븐) 팬츠를 중심으로 버뮤다 스타일을 확대했다.


특히 보브의 경우 데님과 가죽 소재의 버뮤다팬츠가 좋은 반응을 얻어 버뮤다팬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한섬의 마인도 버뮤다팬츠의 품목을 확대했고 판매율도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타임과 시스템 등에서는 버뮤다팬츠와 함께 7∼8부 길이의 카프리 팬츠도 새로운 여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상품은 조기 완판돼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스튜디오 톰보이 맨의 더블니 버뮤다 데님 팬츠스튜디오 톰보이 맨의 더블니 버뮤다 데님 팬츠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레인부츠·샌동화까지…기후 변화가 키운 장마 패션


기후 변화는 레인부츠와 방수 가방 등 장마철 패션 아이템 시장도 키우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액세서리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애니웨더(Any Weather)' 라인을 강화했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애니웨더는 레인부츠와 우양산에 더해 올해는 레인 판초와 생활방수 가방까지 품목을 확대했으며, 제품 물량도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렸다.


LF는 장마철 신발 선택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거에는 통풍성을 주로 따졌지만, 최근에는 젖은 노면에서의 접지력과 쿠셔닝, 빠른 건조성까지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기능성 신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LF의 아웃도어 브랜드 킨(KEEN)의 대표 샌동화인 하이퍼포트와 제라포트의 지난 6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약 85% 증가했다.


올해 3월 선보인 브랜드 아일랜드 슬리퍼의 가볍고 물에 강한 EVA(합성수지) 소재 제품도 좋은 반응을 얻어 일부 제품은 전 치수가 완판됐다.


LF 관계자는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여름 신발도 상황에 따라 갈아 신기보다 다양한 환경에서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슬리퍼의 EVA 제품들아일랜드슬리퍼의 EVA 제품들 [LF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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