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방위상 "일본도 핵 논의해야" 발언…추진 시 파장 클 듯
히로시마 평화기념관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연합뉴스) 이도연 특파원 = 일본에서 연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앞두고 그동안 금기시돼온 핵무기 반입 금지 원칙의 재검토론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엄중해지는 가운데 미국의 확장억지력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핵정책 논의를 금기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정부·여당 일각에서 잇따라 나오는 것이다.
반세기 넘게 일본의 '국시'(國是)였던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제조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이 실제로 수정될 경우 상당한 국내외 파장이 예상된다.
1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전날 공개된 인터넷 방송 '겐론 테레비'에서 "일본으로서는 논의하기 어려운 과제이지만,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핵"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프랑스의 핵전력 강화와 핀란드의 핵무기 반입 문제를 거론하며 일본도 "위기감을 갖고 모든 정책을 금기 없이 논의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고이즈미 방위상의 이번 발언은 비핵 3원칙의 재검토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현직 각료의 발언으로는 상당히 과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고이즈미 방위상의 발언 이전에도 일본 정부와 여당에서는 여러차례 비핵 3원칙 재검토 논의 필요성이 언급됐다.
연립 여당인 일본유신회는 지난달 정부에 제출한 3대 안보 문서 개정에 대한 제언에서 미국 핵우산에 의한 확장 억지력을 강조하며, 반입금지 원칙의 재검토를 염두에 둔 '현실적인 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과거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시절 핵무기 반입 금지 원칙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2022년 비핵 3원칙 가운데 하나인 '반입하지 않는다'의 경우 유사시에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며 "위기 상황에 핵을 탑재한 미국의 함정이 기항도 못 하지 않느냐"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는 비핵 3원칙 재검토에 부정적인 당 안팎 시선을 의식하며 원론적 답변을 내놓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일본 국회 참의원(상원) 결산위원회에서 비핵 3원칙 재검토 논의 필요성에 대해 질문받자 관련된 모든 과제를 논의하겠다고만 답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대외적으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는 것과 달리 유신회의 반입금지 원칙 재검토 제언에 다카이치 총리의 의향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비핵 3원칙은 1967년 당시 사토 에이사쿠 일본 총리가 표명했으며, 이후 1971년 11월 24일 중의원(하원) 본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이를 준수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결의가 채택된 뒤 일본의 기본 핵정책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고 있지만, 비핵 3원칙 때문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처럼 미국의 전술 핵무기를 역내에 두는 핵 공유 방식은 금기시해왔다.
다만 일본 주변의 안보 환경이 악화할 때마다 정계 일각에서 자체 핵무장이나 NATO식 핵 공유를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는 외무상이었던 2006년 일본의 '핵무장'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정치 스승'으로 여기는 아베 신조 전 총리도 관방 부장관 시절이던 2002년 한 비공개 강연에서 소형일 경우 일본의 원자폭탄 보유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그는 총리 재임 시절에는 비핵 3원칙을 견지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일본에 대한 확장억제력 강화를 지속해서 추진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던 아베 전 총리는 퇴임 후인 2022년 2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토 회원국 일부가 채택하고 있는 '핵 공유 정책'을 일본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해당 발언을 한 며칠 뒤에도 같은 주장을 거듭하며 "우리나라(일본)는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지만, 만일의 사태의 절차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 비핵 3원칙을 기본 방침으로 한 역사의 무게를 충분히 되새기면서 국민과 일본의 독립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라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핵 공유 관련)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정부에서 핵무기 반입 금지 규정에 대해 재검토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될 경우 일본 국내 외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유일의 피폭국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일본 국내에서 야당과 원폭 피해자 단체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의 반대 여론에 부딪힐 수 있다.
지난 5월 아사히신문이 18세 이상 일본인 1천8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비핵 3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이 75%를 차지해 "재검토해야 한다"(21%)는 비율의 3배가 넘었다.
중국 등 주변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 현재 냉각된 중일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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