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산책(18)] 수화手話, 김영주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등록 2026-07-20 06:56



수화 (手話)

두 모녀
전철 안에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소리 없이
더 눈부신
상처 어루는 저 손의 말

꽃잎을
다 떨어뜨리고
숨돌리는 손가락

/ 김영주(1959~ )

◇ㅡ◇ㅡ◇ㅡ◇ㅡ◇ㅡ◇ㅡ◇

이 시는 전철 안에서 수화(手話)로 대화하는 모녀의 모습을 포착한 작품이다.

시인은 "이야기꽃을 피운다"는 표현으로 모녀의 다정한 대화를 꽃에 비유한다.

일반적인 대화처럼 소리가 들리지는 않지만, 오히려 "소리 없이 더 눈부신" 모습으로 다가온다.

특히 "상처 어루는 저 손의 말" 이라는 구절은 인상적이다. 수화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고 사랑을 전하는 언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말보다 더 따뜻한 손짓이 상대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연의
'꽃잎을
다 떨어뜨리고
숨돌리는 손가락' 은 수화하는 손가락의 움직임을 꽃이 피고 지는 모습으로 형상화한 부분이다. 꽃잎이 흩날리듯 손가락이 움직이며 새로운 의미와 감정을 피워낸다.

이 시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참된 소통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많은 말을 하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나 시 속 모녀는 소리 없는 손짓만으로도 사랑과 위로를 나누고 있다. 그래서 시인은 그 모습을 "더 눈부신" 대화라고 표현한 것이다.

"소리 없는 손끝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위로의 꽃을 섬세하게 그려낸 따뜻한 서정시이다."
꽃은 소리 없이 피어도 세상을 향기로 물들이듯, 사람의 진심도 소리 없이 전해질 때가 있다
"가장 아름다운 말은 입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말이다."

짧은 시조이지만, 말보다 깊은 언어는 마음이며, 마음이 담긴 손짓은 한 송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깨달음을 전하는 수작이라 할 수 있다.

권오정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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