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자'는 시대의 등불인가?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등록 2026-07-20 07:13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가곡 〈선구자〉의 첫 소절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역사는 언제나 시대를 앞서 걸어간 사람들의 발자국 위에 세워졌다.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자유가 있고, 번영이 있으며,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다.


삼국시대에도 나라를 지킨 선구자가 있었고 일제 강점기에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이름도 없이 스러져 간 수많은 애국지사가 있었다. 


민주화를 위해 거리로 나선 이들, 산업화를 위해 밤낮없이 땀 흘린 노동자와 기업인, 과학과 교육의 길을 개척한 수많은 선각자들 역시 모두 그 시대의 선구자였다.


그러나 선구자의 길은 결코 꽃길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먼저 앞서가기에 오해를 받았고, 조롱을 견뎌야 했으며, 때로는 생명까지 바쳐야 했다. 


피와 눈물, 인내와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도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선구자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변화가 빠를수록 새로운 선구자가 더욱 절실하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새로운 기술을 개척하는 사람이 필요하고, 공동체가 흔들릴 때에는 신뢰를 세우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가정에는 사랑을 먼저 실천하는 부모가, 학교에는 꿈을 심어주는 스승이, 직장에는 솔선수범하는 리더가 있어야 한다. 사회와 국가, 기업과 지역 공동체마다 선구자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희생에 걸맞은 예우를 하고 있는가. 앞장 선 사람을 시기하고, 성공한 뒤에야 박수를 보내며, 희생은 잊고 결과만 누리는 모습은 없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선구자를 존중하는 사회만이 또 다른 선구자를 길러낼 수 있다. 감사와 예우는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가 위대한 영웅이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자신이 선 자리에서 먼저 정직을 실천하고, 먼저 배려하며, 먼저 책임지는 사람은 작은 선구자가 될 수 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마을에서 먼저 한 걸음을 내딛는 사람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


가곡 〈선구자〉가 세월을 넘어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구자는 특정 시대의 인물이 아니라, 시대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희망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어떤 발자국을 남기고 있는가. 누군가가 뒤따라 걸어도 좋을 길을 만들고 있는가. 


미래는 기다리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먼저 길을 여는 사람의 것이다.


 그 길 끝에서 역사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선구자의 이름을 기록할 것이다.


잠자는 젊은 그대들 잠깨어 나오시오

세상은 선구자 당신을 간절히 기다린다오.



권오정 문화부장/

권오정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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