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조사·공문 요청 자제 지시…'피감사자' 대통령실과 소통 의심
7번째 신병 확보로 반전 계기 마련한 특검…'윗선' 개입 수사 본격화
유병호 대답없이 법정으로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6.7.20 [공동취재] see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대통령 관저 이전 봐주기 감사' 의혹을 받는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이 20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종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유 위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권창영 2차 종합특검팀은 유 위원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 위원은 윤석열 정부 시절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대통령실·관저 이전과 관련한 감사 결과를 축소 또는 은폐하기 위해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 후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관저를 옛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각각 이전했다.
이후 이전 공사 업체 선정 과정과 공사비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됐고, 2022년 10월 참여연대 등이 국민감사를 청구하면서 감사가 진행됐다.
감사원은 약 2년간 감사 끝에 2024년 9월 '대통령실·관저 이전과 비용 사용 등에 있어 불법 의혹 관련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다만 이 보고서에는 논란의 시발점이 됐던 공사 업체 선정 경위 등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아 '봐주기 감사' 논란이 일었다.
특검팀은 유 위원이 감사 관련 조사 진행 방식과 자료 요구 절차 등을 두고 감사단에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감사단은 21그램을 비롯한 공사 관련 업체 관계자들을 대면조사 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송달해둔 상태였지만, 유 위원은 이를 철회시키고 서면 조사로 바꾸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통령실에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공문이 아닌 구두로 요청하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대한 대면 조사를 자제하라는 취지의 지시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유 위원의 이런 지시가 감사원 사무총장의 권한을 남용해 감사단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유병호 대답없이 법정으로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6.7.20 [공동취재] seephoto@yna.co.kr
유 위원은 감사보고서 결과가 은폐·축소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감사원은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테리어 공사 업체인 21그램이 종합건설업 면허가 있는 원담종합건설에 증축 공사 참여를 요청해 공사가 이뤄졌다고 적었다.
그러나 21그램은 당시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증축 등 공사 전반을 총괄한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건설면허가 있는 원담종합건설을 내세워 합법 외관을 만들고, 실제로는 공사 자격이 없는 21그램이 모든 공사를 도맡아 진행한 것이다.
특검팀은 감사원 역시 이런 사실을 파악했지만, 감사보고서에는 이를 의도적으로 숨기고 21그램이 인테리어 공사만을 담당한 것처럼 기재했다고 보고 있다.
21그램은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주최 전시회를 후원하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설계·시공을 맡은 업체로, 이 회사 대표가 김 여사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검팀은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이었던 유 위원이 대통령실과 소통하면서 감사에 개입했다고 의심한다.
윤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 위원이 '피감사자'인 대통령실의 청탁을 받아 직원들에게 부당한 업무 지시를 내렸다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반면 유 위원은 특검팀이 문제 삼은 의혹의 대부분은 후임 사무총장 시절 벌어진 일이며 모든 감사 업무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며 제기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양측 의견을 모두 검토한 법원은 영장을 발부하면서 특검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입장발표하는 권창영 종합특검 [연합뉴스 자료사진]
특검팀은 구속된 유 위원을 상대로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등 '윗선'의 관여 여부를 본격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오는 22일에는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도 예정돼있다.
유 위원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면서 특검팀이 수사 기한 연장의 명분을 쌓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벌인다는 비판 여론도 어느 정도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유 위원은 특검팀 출범 후 7번째 신병 확보 사례다.
특검팀은 수사 기한 막바지에 접어든 이달 들어 주요 피의자들에 대해 대거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지난주에만 4명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 역량에 대한 비판을 받아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4일 종료 예정인 특검팀의 수사 기한을 30일 연장하고, 파견 공무원 수를 20명 증원하는 내용을 담은 특검법 개정안을 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야당은 법 개정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 중이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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