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사망에 트럼프 "몇배로" 보복 다짐…9일 연속 對이란 공습
親이란 후티, 사우디에 홍해 봉쇄 선언…실행땐 에너지 공급망 타격
"전면전 재개는 양측 모두 부담" 관측에 '외교적 해법' 돌파구 주목
긴장 고조되는 홍해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미국과 이란의 난타전이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홍해로 확대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친미(親美)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우회 수출로인 홍해를 이란 친위세력이 차단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무장세력 후티 반군은 20일(현지시간) "범죄 국가인 사우디 적들을 상대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며, 이는 즉각 효력이 발생한다"고 대변인을 통해 발표했다.
후티가 가로막으려는 곳은 홍해와 아라비아해를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이다. 이곳은 세계 원유 운송의 3% 이상이 지나가는 곳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특히 최근 사우디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을 늘리면서 후티가 이곳을 막을 경우 세계 원유 공급량이 7%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차단되자 사우디가 육상 송유관을 통해 서쪽의 얀부항으로 보낸 뒤 홍해를 통해 수출하는 물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대미 항전의 지렛대로 삼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약화하기 위해 이란 남부의 군사시설을 집중 타격해왔다. 따라서 호르무즈 우회로를 봉쇄하겠다는 후티의 선언은 이란과의 교감 아래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중동의 양대 원유 수송로인 해협 2곳을 틀어막겠다는 군사적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후티의 홍해 봉쇄가 실행될 경우 에너지 공급망 타격은 심화하고 국제 유가도 더 치솟을 수밖에 없다. 이날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를 다시 넘었다. 전쟁 초기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후티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공격할 경우 미국 또는 걸프 동맹국의 보복 공격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중동의 전선이 확장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요르단과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군 4명이 사망·실종되고, 이에 대해 미국이 응징을 다짐하면서 갈수록 고조되는 전면전 위기에 후티의 움직임은 또 하나의 변수로 더해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미군 병사 한명을 죽일 때마다 그 대가를 몇 배로 치르게 될 것"이라며 강력한 보복을 시사했다.
아흐레째 이어진 미군의 대(對)이란 공습을 지속하는 것은 물론, 그 강도와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을 위한 미국의 전략 자산들이 중동 전구(戰區)로 이동 배치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담수화 시설과 교량 등 민간 인프라를 서슴지 않고 공격하는 상황이다. 에너지 시설까지 건드리지는 않았지만, 미 언론에선 이미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쟁이 이처럼 파국을 향해 치닫는 듯한 양상에서 세계의 이목은 양측이 물밑에서 주고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외교적 해법에 쏠리고 있다. 전면전을 재개하기에는 미국과 이란 모두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에서다.
로이터 통신은 이란 고위 관리를 인용, 중재국들이 이란에 미국과 10일간 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별개로 이란이 파키스탄에 중재 역할을 다시 맡아달라고 요청했다는 파키스탄 소식통의 전언도 소개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최근 카타르 등 중재국들로부터 "여러 제안이 전달됐고 우리가 이를 접수하기는 했으나, 현시점에서는 구체적인 세부 사항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전날 기자들에게 이란과의 '외교의 문'이 열려 있다면서 "그 문이 열린다면, 우리는 그것이 열리는 것을 기꺼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멘 후티반군의 발표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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