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사구팽(兔死狗烹)'
토끼를 잡고 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뜻이다.
필요할 때는 귀하게 쓰다가 목적을 이루고 나면 가차 없이 버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말의 유래는 중국 춘추시대 범려와 문종의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월나라 왕 구천은 오나라를 무너뜨린 뒤 함께 고생한 공신들을 멀리했다.
이를 간파한 범려는 "교활한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도 삶아지고, 적국이 멸망하면 충신도 버림받는다(狡兔死 良狗烹)."라는 말을 남기고 미련 없이 떠났다. 그러나 문종은 끝내 남았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이 사자성어는 오늘날에도 낯설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선거가 끝나면 공신들이 밀려나고, 기업에서는 회사를 위해 청춘을 바친 직원이 정년을 앞두고 짐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스포츠에서는 우승을 이끈 감독과 선수가 성적이 떨어지자마자 냉정하게 교체된다. 인간관계 역시 필요에 따라 맺고 끊는 풍조가 늘어나면서 토사구팽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있다.
그러나 토사구팽은 배신을 경계하라는 말만은 아니다. 우리에게 더 큰 교훈을 준다.
첫째, 권력과 성공은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둘째,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스스로의 가치를 끊임없이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사람을 목적의 수단으로만 대하는 사회는 결국 신뢰를 잃고 무너진다는 진리이다.
우리 사회는 이제 초고령 사회에 들어섰다. 정년퇴직을 하고,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인생의 황혼을 맞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때 많은 이들이 "나는 이제 쓸모가 없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갖는다. 마치 사냥이 끝난 사냥개처럼 말이다.
하지만 인생은 토사구팽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최근 사람들은 은퇴 후의 삶을 '라스트 댄스(Last Dance)'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지막 춤이라고 해서 인생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아름답고 품격 있게 삶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무대를 뜻한다.
청춘이 뜨거운 열정의 춤이었다면, 노년은 깊은 향기가 묻어나는 춤이어야 한다.
비록 무대의 중심에서는 내려왔을지라도 경험과 지혜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인생의 자산이다. 후배를 격려하고, 가족을 품으며,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삶은 결코 토사구팽이 아니다.
사람은 쓰임이 끝나 버려지는 존재가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더욱 깊어지는 존재다. 마지막까지 품위를 잃지 않고, 감사와 나눔으로 인생을 완성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자다.
결국 토사구팽은 사람을 버리는 세상의 냉혹함을 말하지만, 라스트 댄스는 자신을 완성하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마지막 무대에 선다.
그날까지 누구에게도 버려진 인생이 아니라, 스스로 빛나는 인생으로 막을 내리기를 바란다.
그것이 인생이 우리에게 남기는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춤일 것이다.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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