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노 지배층 무덤군', 몽골 8번째 세계유산으로…"역동적이었던 제국 흔적"
국립중앙박물관, 대표적 유적 '도르릭 나르스' 발굴 조사…내년 30주년 맞아
몽골 '흉노 지배층 무덤군' 유적 모습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누리집에 공개된 사진 ⓒ G.Eregzen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한국과 몽골이 함께 발굴 조사한 흉노 제국의 역사가 인류가 함께 기억하고 지켜야 할 공동 자산이 됐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5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회의에서 몽골이 신청한 '흉노 지배층 무덤군'의 세계유산 등재를 확정했다.
몽골의 통산 8번째 세계유산이다.
등재 신청서를 평가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측은 "총 8곳의 유적은 지금은 사라진 흉노의 장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코모스 관계자는 "흉노 귀족층의 장례 풍습은 물론 당시 의례, 전통, 무덤 축조 기술에 대한 정보를 엿볼 수 있는 유산으로서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도르릭 나르스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 청동 솥과 동물 뼈.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누리집에 공개된 사진 ⓒ G.Eregzen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흉노는 기원전 3세기∼기원후 2세기경 초원을 호령한 세력이다.
몽골고원을 중심으로 최초의 유목 제국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성기 때는 중국 한나라에 버금가는 위세를 떨치기도 했다.
그러나 남아 있는 기록이 거의 없어 흉노의 역사는 알려진 게 많지 않다.
새롭게 세계유산에 등재된 무덤군은 역사의 '빈칸'을 채울 증거로 여겨진다.
깊이가 20m에 이르는 대형 무덤부터 크기가 작은 무덤까지 다양하며, 무덤 안에서 발견된 청동 솥, 사람 얼굴 모양의 은제 허리띠 장식 등의 유물이 출토됐다.
청동 손잡이와 금제 목관장식 국립중앙박물관이 2011년 펴낸 '몽골 도르릭 나르스 흉노무덤(Ⅰ)' 보고서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중에서 도르릭 나르스 유적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몽골의 동북쪽에 있는 헨티 아이막의 소나무 숲속에 자리한 도르릭 나르스 유적은 1974년 발견됐으며 200기가 훨씬 넘는 무덤이 분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2011년 '몽골 도르릭 나르스 흉노 무덤' 보고서에 따르면 이 유적에는 원형과 방형 무덤이 분포하고 있으며, 무덤길을 갖춘 '凸' 자형 무덤도 있다.
오랜 기간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역사를 밝혀낸 건 한국과 몽골 공동 조사단이었다.
도르릭 나르스 무덤 분포도 국립중앙박물관이 2011년 펴낸 '몽골 도르릭 나르스 흉노무덤(Ⅰ)' 보고서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보고서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은 몽골 국립박물관, 몽골과학아카데미(몽골과학원) 고고학연구소와 학술협약을 체결한 뒤 1997년부터 공동 조사단을 꾸렸다.
2000년에는 투브 아이막 모린 톨고이에서 흉노 무덤을 처음으로 조사했으며, 이듬해 아르항가이 아이막 호드긴 톨고이 지역에서 물리 탐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후 2006년부터 도르릭 나르스 무덤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해 1∼5호 무덤과 무덤 주변 딸린 무덤인 배장묘(陪葬墓) 존재를 알렸다.
최근에는 도르릭 나르스 유적에서 가장 큰 고분 중 하나로 꼽히는 160호 무덤의 배장묘에서 기원후 1세기 무렵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허리띠 장식이 확인되기도 했다.
도르릭 나르스 유적의 160호 무덤 전경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누리집에 공개된 사진 ⓒ G.Eregzen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도르릭 나르스 유적 내 다른 무덤에서 나온 청동 솥, 금동으로 만든 말 모양 장식, 금빛의 목관 장식, 말 뼈 등도 연구 가치가 큰 것으로 여겨진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그간의 조사 성과를 모은 '초원의 대제국, 흉노: 몽골 발굴 조사 성과전'(2013년), '칸의 제국 몽골'(2018년) 등 전시를 선보인 바 있다.
몽골 정부 대표단은 이날 등재가 확정된 뒤 "몽골과 함께한 국제 고고학자, 역사학자, 문화유산 전문가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몽골 측은 "'흉노 지배층 무덤군'은 역동적이고 강력한 제국이었던 흉노의 역사·문화를 잘 보여준다"며 "과거 몽골의 찬란함을 상징하는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도르릭 나르스 유적에서 출토된 말 모양 장식 국립중앙박물관이 2011년 펴낸 '몽골 도르릭 나르스 흉노무덤(Ⅰ)' 보고서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흉노의 역사가 깃든 무덤은 한반도 고대사를 연구할 때도 의미가 크다.
유적 발굴 조사에 참여한 이나경 학예연구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흉노가 활동하던 시기는 고조선, 초기 고구려, 삼한 등과 연결된다"며 "한반도의 역사를 풍부하게 이해하고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기구다.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한 196개국 가운데 선출된 21개 위원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등재 후보지를 검토하고, 기존 등재 유산의 보존 상태를 평가해 심의한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이번 위원회는 이달 29일까지 진행된다.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의 '칸의 제국, 몽골' 전시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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