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1목표는 유가하락…중간선거 앞 교전없이 이란 압박
이란, 호르무즈로 트럼프 흔들기…상선 공격해 석유시장 충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과격한 무력 충돌에서 물러나 서로 경제를 압박하는 치킨게임에 접어들었다.
미국은 경제제재와 해상봉쇄로 이란 경제의 붕괴를 위협하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로 미국 집권당의 정치적 참패를 협박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정부는 14일(현지시간) 이란과의 싸움에서 경제제재 수위를 크게 높이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 강화의 목적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해 유가를 끌어내리는 데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JD 밴스 부통령은 이날 포브스 인터뷰에서 에너지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며 우선순위를 분명히 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미국 방송 뉴스맥스에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가 대이란 추가 조치로 이란의 경제적 고립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새로운 제재가 미국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펼치는 이란 항구 봉쇄와 함께 '원투 펀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이란과의 전쟁 목표가 다시 한번 바뀌었다는 점 때문에 주목받는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 보유를 영구히 막는 협정에 서명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전쟁의 목표라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무력 충돌이 장기화하고 이란이 주요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례없는 통제력을 행사하자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경제를 옥죄어 정권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협상에 나서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이란과의 협상 재개가 점점 어려워지는 데다 대형 정치 이벤트인 중간선거가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는 연방 상·하원 다수당과 주요 경합주의 주지사들이 바뀔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사를 앞두고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상태인데 휘발윳값을 비롯한 물가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표심의 동향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전쟁이 미국에 미칠 여파를 제한하고 전면전 복귀를 피하는 방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란 테헤란 도심의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벽화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잘 아는 이란은 미국을 더 궁지로 몰아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약속받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통해 미국과의 전면전을 버텨낸 뒤 해협 통제권을 미국을 움직일 유일한 지렛대로 간주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가 휘발윳값 등 물가 때문에 물러설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이란은 협상을 서두를 의지가 없다는 듯 전쟁 배상금, 역내 미군 철수, 대리세력 공격 금지 등 수용 가능성이 희박한 요구안을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할 조건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란의 이 같은 고자세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뿐만 아니라 휴전 기간을 통해 복원하기 시작한 미사일 등 군사 역량도 있다.
현재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의 충격파를 체감하라는 듯 미국 우방의 상선에 대한 공격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란은 전날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석유사인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선박 2척을 공격하는 등 호르무즈 해협에서 무력행사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이런 행태는 미국의 추가 제재에 굴하지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전 복귀에 주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 군사적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시사한다고 분석한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중동·북아프리카 담당은 "이란은 미국과의 치킨게임에서 단순한 교훈을 얻었다"며 "충분히 오래 배짱을 부리면 미국이 먼저 물러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에즈는 "생존을 위해 싸운다고 믿는 정권은 존망의 위협 때문에 저항의 한계선이 설정되기보다 결의만 더욱 강해질 뿐"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