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개선·연구개발 혁신 압박…'단기간 변화 어려워' 우려도
약국에서 판매되는 의약품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올여름 주가 1천원 미만의 '동전주' 퇴출, 제네릭(복제약) 약가 인하 등이 잇따라 시행되면서 중소 제약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1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제반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일부 기업은 혁신,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 개선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존폐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고 기존 사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상장폐지 요건 강화에 5곳 관리종목…주식 병합 가속
국내 증시에서 주가 1천원을 밑도는 동전주와 시가총액 미달주의 상장폐지 규정 강화는 지난달 1일 시행됐다.
앞서 금융 당국은 올해 2월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발표했고, 여기에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 신설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천원 미만이거나 시가총액이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에 미치지 않을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으로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이 폐지된다.
이달 12일 기준으로 주가·시가총액 미달 탓에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은 36개였다.
그중 제약·바이오 업체는 CMG제약[058820], 샤페론[378800], 노을[376930], 랩지노믹스[084650], 에이비온[203400] 등 5곳이다. 이들 업체는 모두 코스닥에 상장됐으며 주가가 1천원을 밑돌았다.
미국에서 조현병 치료제 '메조피'의 품목 허가를 받기도 했던 CMG제약 주가는 올해 초에 2천원을 웃돌았으나, 지금은 660원대로 떨어졌다.
다른 종목들도 올해 봄에는 주가가 1천원을 넘었지만,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동전주가 됐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업체들은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 주식을 합쳐 액면가를 높이는 주식 병합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진단기업인 노을 관계자는 "지난 7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5대 1 주식 병합 안건을 승인했다"며 "내달 7일 거래가 재개되면 주가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식 병합을 하더라도 시가총액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내년에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이 코스피 500억원, 코스닥 3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되면 제약·바이오 기업이 추가로 퇴출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상장이 폐지되면 투자 유치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실적 개선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안전상비의약품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제네릭 약가 산정률 인하…제품 다변화 과제
이달 1일 시행된 약가 개편도 제약 업계가 직면한 또 다른 과제다.
정부는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제약산업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약가 산정 체계를 개편했다.
약가 개편 골자는 제네릭이나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낮추고, 연구개발(R&D)에 적극적인 기업에는 약가 가산 혜택을 주는 것이다.
제네릭 약가 산정률은 기존 53.55%에서 45%로 낮아졌고, 동일 성분 제네릭이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번째 제네릭부터 적용했던 '계단식 약가 인하'는 13번째 제네릭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연구개발에 힘쓰는 기업을 '준혁신형 제약기업', 수익성이 없지만 필요한 퇴장방지 의약품을 꾸준히 공급하는 업체를 '수급안정 선도기업'으로 각각 지정해 우대할 계획이다.
제약 업계는 약가 개편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단기간에 신약 개발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현실 때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릭을 무조건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코로나19 확산 당시 타이레놀 품귀 현상이 빚어졌지만 아세트아미노펜 제네릭 덕분에 공급이 원활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정책 변화를 체질 개선의 발판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소형 업체는 물론 대형 업체도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