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발행 올해 8.9조원…우량 기업도 대안 조달 수단으로 활용
투자 목적이면 재무 부담 완화…차환 목적이면 유동성 위험 우려
민평 3사 기준 국고채 3년물·AA-회사채 3년물 금리 추이 [출처: 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뉴스) 강수지 기자 = 회사채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전환사채(CB) 등 메자닌(Mezzanine) 금융으로 자금 조달 창구를 넓히고 있다.
회사채 시장에서 순상환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가 상승으로 주식 전환 가능성이 커진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메자닌 발행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자닌은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함께 가진 중간 성격의 자금 수단이다. 대표적으로 일정 조건에 따라 채권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이 있다.
17일 금융투자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4일까지 메자닌 누적 발행 규모는 8조9천억원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7조원가량이 발행되며, 지난해 상반기 3조8천억원보다 큰 폭 늘었다.
회사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4.3%에서 올해 상반기 8.7%, 올해 7월부터 이달 14일에는 14.4%까지 늘었다.
이처럼 메자닌 발행 규모가 확대 추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금리 상승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155bp가량 빠르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AA- 회사채 3년물 금리는 180bp 급등했다.
상반기 국내 주식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이들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점도 메자닌 조달의 매력을 키우는 요인이다.
통상 메자닌 발행은 사업 환경이 비우호적이거나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 시장 접근성이 낮은 기업들이 찾는 대체 조달 수단이었다. 다만, 최근에는 공모 회사채 시장 접근성이 양호한 우량 기업들도 메자닌 시장을 찾는 분위기다.
이세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메자닌 시장이 우량 크레딧 발행사의 대안적 자금조달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항공우주[047810]와 현대건설[000720], 삼성SDS와 같이 공모 회사채 시장 접근성이 양호한 기업도 대규모 CB 발행을 택하며 조달 수단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금융당국의 메자닌 관련 규제가 강화된 점도 메자닌 시장의 질적 변화를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메자닌 발행 이후 주가 등락이 크레딧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 [출처: NH투자증권]
메자닌은 회사채와 은행 대출에 이어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대안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주식 전환에 따른 지분 희석 가능성은 부담 요인이다.
한 IB 관계자는 "메자닌은 지분 희석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업이나 대주주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도 "또한, 조달 목적이 투자라면 향후 설비투자 등을 통해 실적과 기업가치가 개선될 수 있지만, 단순히 채무 상환이라면 시장에서는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메자닌 발행이 기업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자금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성장과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이라면 메자닌 발행이 중장기적으로 재무 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유동성 확보나 차환 등 재무 방어를 위한 발행이라면 주가 하락 때 상환 부담이 커져 유동성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돌아 투자자가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에는 만기 상환이나 풋옵션 행사에 따른 현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메자닌 발행은 주가 강세와 높은 회사채 조달 비용, 투자 자금 수요가 동시에 나타나는 업종을 중심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연구원은 "산업별로는 반도체와 방산, 조선, 전력기기 산업 중심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단, 주식으로 전환 시 지분이 희석되기 때문에 지분 변동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며, 미전환 시에는 현금 상환 가능성이 커진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