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前 원내대표들과도 골프…"개헌의 '개'도 안 나와"
보수진영 10여명 찬성하면 개헌저지선 붕괴…개헌 동력 이어질지는 '미지수'
주호영 국회부의장과 인사하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2026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주호영 국회부의장과 인사하고 있다. 2026.4.2 nowwego@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조다운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중진 의원 간 '골프 회동'에서 개헌이 화두로 올랐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술렁이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개헌 논의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연임은 없다"는 입장부터 밝혀야 한다며 한 목소리로 공세를 퍼붓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이 대통령이 야당 중진 의원들과 골프를 치고 개헌을 주제로 대화한 이면에 개헌 처리를 위한 포섭 의도, 정계 개편 포석 등 '노림수'가 있는 게 아닌지 살피며 민감해 하는 모습이다.
일단 국민의힘에서는 이른바 '개헌론자'로 불리는 의원들도 논의의 전제 조건으로 '4년 중임 내지 연임 대통령제 개헌'에 이 대통령을 적용해선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는 데다, 이번 골프 회동이 알려진 이후 상황이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어 당분간 개헌 논의가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野 전·현직 국회부의장-원내대표단과 6월 회동…"李대통령 임기와 무관한 개헌 논의여야"
이 대통령은 지난달 초 국민의힘 경남 4선 김태호 의원을 비롯해 여야 의원들과, 그 전 6월에는 국민의힘 주호영·박덕흠·윤재옥·송언석 의원 등과 각각 골프를 쳤다.
국민의힘 신성범·최형두 의원 등도 이 대통령과 골프 회동 제안을 받았으나 성사되지는 않았다. 이들 의원은 평소 개헌에 찬성하거나 개헌 관련 당 특위에서 활동하고 있어 주목을 받았다.
이후 골프 회동이 알려지자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SNS를 통해 "4년 중임 내지 연임 개헌이 공약이자 지금까지 일관된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김태호 의원은 "이 대통령께서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먼저 보여준다면 여야가 진정성 있게 개헌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공개 입장을 밝혔지만, 현재로썬 김 의원을 제외하고는 골프 회동에 초청됐던 의원들의 입장은 분명하다.
지난 6월 청와대와 전·현직 국회의장단 및 원내대표단이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이 꽉 막힌 와중에 여야 소통 채널의 성격으로 만남을 가진 것이었으며, 설사 추후 여야가 정식으로 개헌 문제를 다룬다 해도 이 대통령의 임기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게 당사자들의 설명이다.
윤재옥 전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에 "청와대의 요청에 응한 것은 여야 협치와 지역 현안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사전에 정점식 원내대표와도 상황을 공유한 후 참석을 결정했다"면서 "당시는 개헌 논의 자체가 전혀 없었던 시기로, 회동 중에 개헌의 '개'자도 언급이 없었다. 저는 여야 합의 없는 개헌 추진에 명백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송언석 전 원내대표도 입장문에서 "개헌 논의는 일단 시작하면 모든 국가 사회적 어젠다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밖에 없다. 개헌이 필요하다면 다음 총선 이후부터 논의를 거친 뒤 차기 대통령선거 일정과 연계해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향후 개헌 논의는 이 대통령과는 무관한 개헌 논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골프 회동에 불참한 최형두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언론에서 (이 대통령이 개헌 찬성) 표를 빼내 오려고 이렇게 했다고 하는데 과도한 프레임같다"며 "지금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데드크로스'를 넘어섰는데, 어느 야당 의원이 앞으로 갈 길이 뻔해 보이는데 거기에 동조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태호 의원이 최근 의원들의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개헌에 대한 입장을 올리자 4선 한기호 의원은 '이 대통령은 함께 골프를 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도 기억 못 한다고 거짓말을 하는데, 골프 칠 때 한 (개헌) 이야기를 기억하겠느냐'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개헌 관련 성명서 발표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을 대표해 개헌과 관련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2026.5.7 scoop@yna.co.kr
◇ 張 "개헌, 장기집권 빌드업"…일각선 "정계개편 염두하고 대비해야" 목소리도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17일 기준 재적의원(299명) 3분의 2 이상인 20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범보수 세력에서는 국민의힘이 109석, 개혁신당이 3석,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1석인 만큼 이들 중 10명 정도가 찬성표를 던지면 '개헌저지선'이 무너진다.
실제로 22대 전반기 국회에서 국민의힘을 뺀 여야 6당이 발의한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의 반대에 부딪히며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표결이 진행되지 않아 개헌이 무산됐다.
보수진영은 청와대가 '국회 권한을 강화한 4년 중임 대통령제'를 꺼낸 것이 "이 대통령 죄 지우기를 위한 꼼수"라며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15일 유튜브에 출연해 "개헌은 본인이 계속 장기집권으로 가기 위한 빌드업"이라고 비판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조건부라도 이재명 발(發) 개헌 프레임 늪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 국민들께서 어렵게 지켜주신 개헌저지선이다. 지금은 그 민심을 따를 때"라고 썼다.
개혁신당 이동훈 수석대변인은 "개헌이라는 명분 뒤에 권력 연장의 가능성을 숨겨놓고 국민을 눈속임하려 들지 말라"고 했다.
일단 후반기 국회에서는 개헌특위가 구성돼 어떤 식으로든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조정식 국회의장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여야 협의로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해 내년에 개헌 논의를 본궤도에 올려놓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정계개편 대비 또는 2028년 총선 전 국면전환용 개각을 위해 야당과 접촉면을 확대했을 수 있다며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정계개편은 어느 날 갑자기 30명, 40명이 탈당하면서 시작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개헌협의체일 수 있고 그다음에는 특정 국가 현안에 대한 국정협력이 될 수 있다"며 "정치적 이해가 맞으면 선거제도 개편, 총선 연대, 신당 또는 정당재편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의 친명·중도·실용세력 일부와 국민의힘의 개헌론자, 여기에 제3지대가 87년 체제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만나는 상황도 전혀 상상 밖의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개헌 반대파, 조건부 개헌파, 분권형 개헌파, 중도·수도권 정치인 사이에 생각의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개헌저지선에 안주하지 말고 우리가 먼저 권력분산·지방분권·국회개혁·사법독립·국민 기본권을 담은 자체 개헌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