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1시간동안 124.5㎜ 쏟아져…산사태로 4명 사상·3개 시군 165명 대피
상수관로 파손·정전도 잇따라…가뭄 이어 또 국가소방동원령 발령 지원
산사태 토사 덮친 거제 아파트 (거제=연합뉴스) 정종호 기자 = 1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에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가 건물 내부까지 밀려들어 집기와 시설물 등이 파손돼 있다. 2026.8.17 jjh23@yna.co.kr
(거제=연합뉴스) 이정훈 김선경 정종호 기자 = 이번 광복절 연휴 3일간 경남 전역에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되는 비가 내렸으나 거제·통영을 비롯한 남해안에는 물폭탄 수준의 집중호우가 쏟아져 인명·재산피해가 잇따랐다.
극한호우 여파로 발생한 산사태가 인근 아파트 저층을 덮치는가 하면 도로 곳곳이 유실되고 물에 잠겨 시내·시외버스 등 대중교통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산사태 파손 차량 (거제=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17일 집중호우와 산사태가 발생한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에 차량이 파손돼 있다. 2026.8.17 image@yna.co.kr
◇ 거제 124.5㎜·통영 97.4㎜…기상 관측 이래 1시간 강수량 신기록
경남 남해안 일원에는 광복절 연휴 기간 기록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0시부터 17일 오후 4시까지 거제시 누적 강수량은 907㎜, 통영시 누적 강수량은 745㎜를 기록했다.
17일 하루에만 거제시에 600㎜에 가까운 비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거제시에 발령한 호우경보를 오후 4시를 기해 호우주의보로 대체했지만, 여전히 장대비가 내리고 있다.
거제에는 이날 오전 1시 32분부터 1시간 동안 124.5㎜의 극한호우가 쏟아졌다. 1972년 1월 24일 거제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시간 강수량 신기록이다.
기상청은 시간당 100㎜ 호우 상황에서는 넘쳐흐르는 물에 도로의 차량이 뜨기 시작하고, 대부분의 시설물·건물의 하단이 물에 잠긴다고 설명한다.
통영에는 오전 5시 11분부터 1시간 동안 97.4㎜의 비가 내렸다. 이 역시 통영에서 기상관측을 시작(1968년 1월 1일)한 이래 1시간 강수량 신기록에 해당한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지난 15일 광복절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누적 강수량(거제 810.2㎜·통영 678.9㎜)을 평년(1991∼2020년 평균) 여름 강수량(거제 935.1㎜·통영 728.8㎜)과 비교해보면, 거제와 통영에는 여름 한철 내릴 비 90%가량이 최근 사흘 동안 집중됐을 정도로 역대급 호우가 쏟아졌다.
사천(삼천포)과 고성에도 광복절 연휴 사흘간 403㎜, 고성 420㎜의 많은 비가 내렸다.
이번 비로 거제를 비롯한 통영·사천·고성 등 경남 다수 지역이 올해 지속된 유례 없는 가뭄 걱정에서는 벗어나게 됐지만, 순식간에 덮쳐온 수마에 또 다른 근심을 떠안게 됐다.
거제 산사태에 차량 파손 (거제=연합뉴스) 정종호 기자 = 1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주택가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차량들이 파손돼 있다. 2026.8.17 jjh23@yna.co.kr
◇ 산사태로 4명 사상, 구조·대피 잇따라…도로 유실·대중교통 운행 차질
기록적 호우는 인명피해로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4시 42분께는 거제시 옥포동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인근 아파트를 덮쳤다. 이 때문에 1층 주민 1명이 숨졌고, 다른 2명은 경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
오전 5시 3분께는 통영시 산양읍 곤리도에서 발생한 산사태 여파로 토사가 인근 주택으로 쓸려가면서 한 주민이 하반신이 매몰됐다가 통영해경에 의해 구조된 뒤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오전 5시 17분께 거제시 양정동 한 아파트에서는 3명이 엘리베이터 침수로 갇혔다가 가까스로 탈출했다.
오전 9시 23분께 거제시 연초면 오비리 한 도로에서는 토사에 발이 빠져 못 움직이는 시민을 소방대원들이 구조하기도 했다.
거제시 동부면의 한 70대 주민은 폭우로 불어난 물이 집안에까지 들이닥치자 창문을 깨고 탈출하기도 했다.
16일 밤부터 17일 새벽 사이에는 고현동, 수월동, 옥포동, 일운면, 둔덕면 등 거제시 곳곳의 고립된 주택·차량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119 신고가 수십건가량 들어왔다.
거제·통영·사천 등 3개 시군에서는 이번 집중호우로 165명이 주민자치센터·마을회관·경로당 등 대피소로 대피했고, 아직도 99명(오전 11시 30분 기준)이 대피소에 머무르고 있다.
거제 산사태에 아기 안고 대피하는 주민 (거제=연합뉴스) 정종호 기자 = 17일 경남 거제시에 내린 극한호우에 산사태 피해가 발생한 옥포동 한 아파트에서 주민(맨 왼쪽)이 아기를 안고 대피소로 이동하고 있다. 거제에는 이날 들어 오후 1시까지 577.4㎜의 비가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2026.8.17 jjh23@yna.co.kr
역대급 호우에 재산피해 규모도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거제에서는 건물 내로 물이 차오르는 침수 피해는 물론이고 시내 점포 유리창이 극한호우 여파로 아예 깨져버리거나, 거센 물살에 도로 아스팔트 조각이 뜯겨나갔다.
도로 유실 피해가 여러 곳에서 발생하다 보니 거제시와 통영시는 시민들에게 추가 사고 예방을 위해 불필요한 이동을 자제해달라고 이날 오전 당부하기까지 했다.
현재까지 도가 파악한 포트홀 등 도로 피해 현황은 거제·통영·고성을 비롯한 6개 시군 12건인데,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거제와 통영, 고성에서는 주요 도로와 터미널이 침수된 탓에 시내버스·시외버스, 택시 일부가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이밖에 거제와 통영 교육시설 12곳에서도 침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도는 18개 전 시군에 도민 인명·재산피해가 더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리는 한편 구체적인 피해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물에 잠긴 거제 (거제=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1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옥포동 일대 도로와 주요 교차로 전체가 흙탕물로 완전히 뒤덮여 있다. 2026.8.17 image@yna.co.kr
◇ 상수관로 파손·정전까지…가뭄 이어 물폭탄에 국가소방동원령
거제시는 17일 오전 9시 59분께 "거제면, 둔덕면 일원 상수관로 파손으로 오는 18일 오후까지 단수가 예상됨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의 안내 문자를 주민들에게 보냈다.
광복절 연휴에 내린 폭우에 상수관로가 파손된 것으로 추정했다.
둔덕면 상수관로는 2곳이 파손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거제면 상수관로 파손 현황은 시에서 파악 중이다.
상수관로 파손과 함께 거제 곳곳에서 정전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전력 경남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거제지역 2천100여세대에서 정전이 발생해 약 1천200세대가 복구 완료됐다.
아직 복구되지 않은 곳은 연초면과 문동동 일대 800여세대로, 한전 측은 나머지 정전 세대에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현장에 도로 통행 등 어려움이 있어 정확히 언제 복구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주민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복구 작업을 하겠다"고 전했다.
이외 현재 시 수양동 한 아파트에서도 아파트 자체 전기실이 침수되면서 대규모 정전 피해를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토사에 발 빠진 시민 구조하는 소방대원들 (거제=연합뉴스) 1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연초면에서 집중호우로 흘러내린 토사에 발이 빠져 움직이지 못하던 시민을 소방대원들이 구조하고 있다. 2026.8.17 [경남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mp@yna.co.kr
소방청은 지난 12∼15일 나흘간 경남 가뭄을 지원하는 국가소방동원령에 이어 17일 또다시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해 극한호우로 산사태·침수 피해가 속출한 거제시, 통영시에 소방력을 투입했다.
소방청은 경남소방 인력 361명과 국가소방동원령에 따른 지원인력 26명 등 총 387명과 장비 84대를, 중앙119구조본부는 인력 47명과 장비 13대를 투입했다.
도로와 주택 침수, 산사태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중앙119구조본부는 구조보트와 대용량포방사시스템, 부산·대구·경북·창원 등 4개 시도 소방본부는 험지펌프차 10대를 긴급 동원했다.
이날 낮까지 극한호우로 거제시, 통영시에서 접수된 집중호우 관련 신고는 거제시 1천634건, 통영시 313건 등 1천947건이다.
'기약 없는 기다림'…거제 산사태 아파트 주민 대피소 (거제=연합뉴스) 정종호 기자 = 17일 경남 거제시에 내린 극한호우로 산사태 피해가 발생한 옥포동 한 아파트 주민들이 성지중학교 급식소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휴식하고 있다. 거제에는 이날 들어 오후 1시까지 577.4㎜의 비가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2026.8.17 jjh23@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