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의 권위 뒷받침한 기록…'아름다운 옥의 근원' 담은 족보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10-17 14:26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19일부터 '선원, 조선 왕실의 보첩' 전시


왕실 족보 등 53점 한자리에…왕과 왕비·종친·인척 계보 의미 조명


'선원록' 표지(왼쪽)와 내용 '선원록' 표지(왼쪽)와 내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선원록'(璿源錄)을 수정한 것은 실로 수백 년 동안 겨를 하지 못했던 일이니, 이미 정밀하게 완성시킨 뒤에는 전말을 기록하여…" (숙종실록 1681년 기록 중에서)


조선의 제19대 임금인 숙종(재위 1674∼1720)이 왕위에 있던 시기, 조정은 왕실 계보를 재정비하는 대대적인 사업에 나선다.


나라를 건국한 태조 이성계(재위 1392∼1398)부터 현종(재위 1659∼1674) 대에 이르는 각 왕의 자손을 기록한 왕실 족보 '보첩'(譜牒)을 만드는 일이었다.


새로 작업한 족보는 왕실 구성원과 친족의 관계를 명확히 하며 오류와 누락을 바로잡았고, 대군-공주-군-옹주 순으로 기록해 적서(嫡庶·적자와 서자)를 구분했다.


적상산성 선원록 봉안형지안적상산성 선원록 봉안형지안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총 51책으로 완성한 책은 푸른빛으로 장식해 격을 높였다.


조선 왕실의 계보와 왕통을 담은 '왕실 족보'가 만들어지고 변화해 온 과정을 조명한 전시가 경기 성남시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이달 19일 개막하는 '선원, 조선 왕실의 보첩' 기획전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왕실 보첩은 왕실 구성원의 이름과 계보를 기록한 문헌을 넘어 왕위 계승과 왕실 질서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 자료"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선원선계록' 표지'선원선계록' 표지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 제목이기도 한 '선원'은 아름다운 옥의 근원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조선 왕실은 건국 초기부터 왕통의 정당성을 확립하고자 '선원록'을 포함한 다양한 보첩을 편찬해 왕과 왕비, 종친과 인척 등의 계보를 기록으로 남겼다.


전시는 조선 왕실의 계보가 탄생한 순간을 짚으며 시작된다.


태종(재위 1400∼1418)은 왕실의 직계 후손과 그 밖의 친족을 구분해 보첩 체계를 마련했고, 세종(재위 1418∼1450)은 편찬 범위와 수정 주기를 제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돈녕보첩' 대왕편'돈녕보첩' 대왕편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에서는 1681년 편찬한 '선원록'을 중심으로 1711년 무주 적상산성 선원각에 선원록을 봉안하면서 작성한 문서, 여러 왕실 보첩 등 53점의 유물이 공개된다.


기획전을 준비하면서 보첩을 새롭게 복원한 과정도 조명한다.


왕위 계승의 정통성을 강조한 '선원계보기략'(璿源系譜紀略) 등은 특히 눈길을 끈다.


1679년 간행한 '선원계보기략'은 115차례나 수정됐는데, 1700년에는 비운의 삶을 살다 떠난 단종(재위 1452∼1455)의 복위 내용을 반영하기도 했다.


왕세자빈 후보자 정보를 기록한 '간택단자'왕세자빈 후보자 정보를 기록한 '간택단자'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원 측은 "조선왕조실록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했지만, 왕실 보첩은 공개된 자료로서 출생과 사망 등 왕실 구성원 변화에 따른 수정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혼인으로 맺어진 왕실 친족의 면면을 다룬 자료는 흥미롭다.


왕과 왕비의 친인척 관리를 담당하던 '돈녕부'에서 작성해 보관한 왕실 족보인 '돈녕보첩'(敦寧譜牒)은 장서각 유일본으로,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1881년 왕세자빈을 간택하기 위해 한글로 작성한 후보자 명단, 영조(재위 1724∼1776)가 1771년 사위들을 만난 감회를 적은 글도 공개된다.


'선원속보''선원속보'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선 후기 흥선대원군(1821∼1898)이 왕실 후손의 결속을 다지고,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 왕실 전체의 계보를 담은 대동보(大同譜) 편찬을 추진한 과정도 전한다.


'선원속보'와 '종친부 조례' 등을 통해서는 왕실 보첩의 수록 범위가 확대되고, 왕실 친족을 아우르는 체계가 재편되는 과정도 엿볼 수 있다.


연구원은 "왕실 보첩에 담긴 계보와 친족 관계를 살펴보고, 그 기록이 가진 조선 왕실의 혈통과 인물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조경단비각재실도형''조경단비각재실도형'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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