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전영진
우리 인간과 자연의 연관 관계는 그리 쉽게 기술할 수 있는 현상은 아니기에 좀 복잡하면서도 다층적이라고 언급하고 싶다. 세상을 창조하신 창조주는 그냥 사람과 동식물 자체로만 이 땅 위에 덜렁 만들어 놓으시고 나서 너희들이 알아서 살아가거라 하신 것은 아닐 것이다. 마치 TV를 창안한 사람이 수상기를 만들었다면 그 수상기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왜 작동해야 하는지, 그 원 기능에 더 방점을 찍은 것이나 마찬가지로 말이다. 자연은 우리 인간이나 동식물이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기, 물, 식량 등 필수적인 모든 것을 제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의식주를 비롯한 인간 문명 발달의 근간이 되는, 에너지, 광물, 목재, 섬유 재 등을 제공한다. 그리고 지형, 기후, 토양, 식생 등 자연환경은 인간 생활양식을 결정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연의 근간인 땅의 흙은 육안으로 보면 보잘 것 없는 단일 흙가루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 흙 속에 씨앗이나 묘목을 식자하면 영락없이 그 안에서 곡물을 내는 줄기와 수목이 솟아오르고 종국에는 인간이 수렵하여 양식으로 생명을 이어가게 하는 각종 곡물과 열매를 맺어 준다. 또한 공기 중에 떠다니는 종자들이 스스로 식자되어 발아되고 자라나 각종 곡물을 내준다. 그뿐만 아니라 땅 속에서는 젖과 꿀을 내는 샘이 솟아올라 우리의 기호를 열광케 하는 역할도 한다. 땅은 신비한 창조의 집합체이다.
자연의 신비는 가히 기적 같은 요술을 부리는 요체인 것이다. 그러한 땅의 무한한 생산 가능성에 맛들인 인간은 자고로 태곳적부터 땅을 선점하거나 빼앗아 착취하며 살아온 역사라 하겠다. 전쟁까지 불사하면서 말이다. 그만큼 땅이라는 재화는 그 어떤 인간의 재화보다도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근본적인 양식과 천연 자원을 제공하는 원천인 것이다.
그리고 그 자연 위에 집을 짓고 자리 잡아 정착하여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인간의 삶의 결정적인 토대와 환경을 제공한다.
지금까지는 자연의 외형적인 가치를 살펴보았다면 보다 더 심미적이며 정신적인 가치 면에서 고찰해 보고자 한다. 우리는 물리적인 면에서 안전한 생활을 확보했다면 그 다음으로는 인간 내면의 안정과 휴식, 치유, 정서적 풍요로움 같은 고차원의 심미적 행복감을 추구한다. 이는 많은 예술과 사상의 영감이 되는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의 대상인 것이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고단하고 복잡한 삶을 사는 종이기에 자연은 그러한 인간의 삶을 달래주고 위안을 주는 안식처 역할을 해 왔다. 왜냐하면 자연은 그 모양새와 같이 인자한 모체로 여겨 왔기 때문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양식을 제공해 주고 모든 생명체에게 조건 없이 껴안고 길러내는 포용력과 평화로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서적 교감은 예술 작품에 인간적인 감정과 정신을 투영하게 만들어 준다. 이 모든 정서적 풍요로움은 자연 속에서 얻어지는 보이지 않는 원천이며 휴식처인 것이다. 자연이라는 말은 ‘스스로 그러하다.’라는 의미이다. 자연은 도의 근원이자 인간이 따라야 할 본래의 모습, 통일과 조화의 극치로 보아야 한다는 장자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자연이 많은 예술과 사상의 영감이 되는 것은 자연이 가진 본질적인 아름다움, 경이로움, 생명의 원리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을 모방하려는 심리 때문이다.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러나 일정한 질서와 조화를 이룬다. 자연의 완벽한 비례로, 색채의 풍부함으로, 꽃잎의 배열이나 산맥과 바다 물결의 현란함, 웅장함 등등은 인간에게 미적 감동을 주고 이를 예술로 재현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자연으로부터 그 아름다움이나 생태적 기능을 모방하고자 하는 천성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우리의 기교나 인위적으로 아름다움을 꾸민다고 해도 결코 자연의 천연 생태적 아름다움은 상상을 초월하는 경지이기에 우리 인간으로서는 단순히 근접하게만 흉내 낼 뿐이다. 그러니 인간은 틈만 나면 자연 속에 파묻혀 저들을 닮으려 안간 힘을 다 쓴다. 정원 안에 자연을 모방한 동산을 꾸미고 그 안에서 어울려 마음의 안정과 위안을 받으려 애 쓴다. 자연의 대체 위안과 유사 안정감을 얻기는 하리라.
그러나 인간의 생활 편의를 추구하는 가운데 서양에서는 좀 더 안이하고 편한 생활의 발달을 염두에 두고, 자연은 인간의 이익과 번영을 위한 도구로 여기고 정복이나 개발을 해야 하는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하여 인간의 욕심이 점점 증대하여 자연에 대한 일말의 미안함이 없이 마구잡이로 착취하는 경지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지극한 인간 중심주의 발상이 아니겠는가? 땅을 멋대로 파놓고 수목을 끝도 없이 남벌했다면 그 자리에 대체 수단으로 땅을 고르고 수목을 다시 심어 놓아야 했다.
그에 더하여 인간의 나태와 책임감의 실종으로 자연을 심각하게 오염시키다 못해 학대하는 정도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하천이나 강, 심하게는 일부 바다에까지 생태계를 훼손시키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로 인하여 자연 생태계는 점점 그 실상을 잃어가고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되니 지구는 청청한 공기와 물, 식량, 목재 같은 인간의 삶의 원천이 고갈되어가고 있는 수위에 이르렀다고 하겠다. 이러한 무지와 무능의 소행은 마치 가마 솥 속에서 유유자작 헤엄치고 좋아라하는 개구리의 심리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 솥 밑에서 서서히 타오르는 장작불에 끝내는 그 물이 따뜻하다 못해 펄펄 끓어, 오도 가도 못하고 익사하는 개구리와 다름 없는 우리들의 운명이 아니라고 누가 말하겠는가?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성인은 자연을 우리 인간과 동위 선상에 두고, 형제자매라고 칭하며 모든 자연물과도 정분어린 대화를 나누며 교감하고 사신 보기 드문 삶을 사셨다.
이러한 자연 파괴에서 오는 폐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 현대인들은 이제 어렴풋이나마 위기의식을 자각하고, 인간을 자연 생태계의 일부로 보고 자연과 인간은 어느 한쪽이 우위를 갖는 것이 아닌 상호 연결된 유기체이자 운명공동체로서 공존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니 다행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발원되어 손발까지 이르러 해동으로 실천하기로는 또 다른 기나긴 세월과 각성이 필요한 것이다. 인간의 행동 도식 체계는 전극 같이 즉각적으로 마지막 극점까지 미치지 못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이제는 어서 각성해야 한다. 우리가 생각의 원론이 바뀌어 우리의 일상생활이 생태 중심주의로 전환되어야 하는 긴박한 시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 시몬 전영진 프로필 》
전영진 수필가 문학평론가
경기도 고양시 거주, 영문학 전공, 영국대사관 근무 시와예술 수필신인문학상
문학과예술 수필 최우수상, 한국기독교문학협회 평론 대상.현) 가톨릭 영어지도 교수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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