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하는 루브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걸린 모나리자. 픽사베이 제공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을 꼽으라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많이 지목할 것이다. 이 그림이 걸려 있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언제나 북새통이다. 관람객의 80%가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서라니 그럴 만도 하다. 모나리자는 세계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걸작이란 오명도 함께 갖고 있다. 길게 늘어선 줄에 차분한 감상은 꿈도 못 꾸기 때문이다. 게다가 철통 보안으로 모나리자가 벽에 걸린 우표처럼 보인다는 비아냥까지 쏟아진다.
루브르 박물관도 고민이 많은 듯하다. 박물관은 1989년 대규모 개조 공사를 했다. 최대 450만명의 방문객을 수용하도록 설계됐는데, 지난해 방문객은 870만명에 달한다. 박물관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의 두 배에 이른 것이다. 그에 비해 시설과 인력에 대한 투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의 갑작스러운 파업으로 박물관을 임시 폐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루브르 박물관 문제 해결을 위한 10년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들에게 가닿지 않은 것이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주요 관광 도시에서 과잉 관광 반대 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관광객은 부를 안겨주는 황금알이지만, 이 북새통 혼란을 그대로 뒀다가는 정작 거위를 죽게 할 수도 있다. 뭐든지 도가 지나치면 탈이 나는 법이다.
과잉 관광은 관광객 입장에서도 여행을 즐기기 힘들게 하는 요소다. 마크롱 대통령의 계획대로, 루브르를 고쳐서 모나리자가 단독 방에 걸린다 한들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위대한 작품을 보려면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겠지만, 박물관으로선 관리 방식에 변화를 주어야 할 시점인 건 분명하다. 근본적으로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는 관람 문화를 바꿀 필요도 있겠다. 언제부턴가 명작 감상은 단 몇초 만에 해치우고 인증샷만 찍고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루브르까지 가서 모나리자를 안 보고 오는 만용을 부려보면 어떤가. 유명 작품 하나에만 집착하기보다는 내 눈길을 끄는 작품에 몰입해보는 것이다. 루브르엔 모나리자 말고도 우리 안목을 키워줄 보석 같은 작품들이 즐비하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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