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일본교수들의 정년연장 반납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4-13 22:42


일본교수들의 정년연장 반납





우리가 일본을 멸칭할 때 사용하는 ‘왜(倭)’자의 본래 의미는 ‘순종하는 모습’이다. 이 글자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깃든 것은 일본인의 잦은 침략 등에 따른 나쁜 감정에다 ‘왜소하다’는 뜻의 ‘왜(矮)’자의 이미지가 복합됐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왜국(倭國)’이란 말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지리지 ‘산해경(山海經)’에 처음 등장한다. 명명 경위를 두고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당시 중국인들이 일본에 도착, “너희나라 이름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와”라는 대답을 듣고 그 발음과 가장 비슷한 글자를 골라 기록했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학설이다. 그런데 고대 일본인들이 자신들을 지칭하면서 사용한 ‘와’란 ‘둥글게 쳐진 담장 안에 함께 생활하는 우리들’이란 의미를 갖고 있었다. 현재도 ‘輪’ ‘我’ 등의 일본어 훈독(訓讀)은 ‘와’이다. 이것은 곧 ‘화(和)’의 이미지와도 중첩된다.


‘국화와 칼’의 저자 루스 베네딕트도 지적했듯이 일본인들은 ‘화(和)의 정신’, 즉 공동체의식이 투철하다. 자신이 소속된 집단이나 국가를 위해 개인의 이익은 흔쾌히 희생한다. 도쿠가와(德川) 막부시대의 민중교양서 ‘구옹도화(鳩翁道話)’에는 “사심이 없으면 지선(至善)”이라며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정신을 최고의 덕목으로 꼽고 있다. 물론 근세들어 이것이 지나쳐 집단주의로 흘렀고 군국주의의 정신적 토양이 되기도 했지만 현재도 일본은 “자본주의 국가중 가장 개인주의가 덜 발달한 나라”라는 ‘명성’을 갖고 있을 정도로 공동체 우선 정신이 강하다.



도쿄(東京)대 교수들이 교수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려는 학교측의 조치에 대해 “인재 유동화를 막아 대학의 활력을 잃게 한다”며 반대하고 나선일이 있었다. “연금과 퇴직후 취업을 동시에 노리려는 속셈”이라는 등 그 순수성에 회의적 시각도 없지 않지만 ‘총리도 부럽지 않다’는 도쿄대 교수 자리를 스스로 마다하는 마음가짐은 웬만한 사명감 아니면 갖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였다. 일본에서는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하면 조직이나 국가에 누가 된다”며 총리직까지 사양하는 예가 적지 않아 도쿄대 교수들의 정년연장 반납도 예사롭게 비쳐지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자리 보전을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는 풍경에 익숙한 우리들에겐 신선한 충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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