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산불 버텼더니 이번엔 병들어 죽는 사과나무…안동 농가 한숨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7-23 07:14

"날씨도 더운데 나무까지 죽어갑니다"…폭염보다 무서운 곰팡이 '부란병'


산불 상처 아물기도 전에…농민들, 병해 확산에 속 타들어 가


베어지는 사과나무베어지는 사과나무 [촬영 황수빈]


(안동=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날씨도 더운데 사과나무까지 병들어서 죽어 나가니 속이 타들어 갑니다."


지난해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안동 사과농가가 이번에는 병해충 중 하나인 부란병까지 번지면서 폭염 속 이중고를 겪고 있다.


22일 오전 11시께, 경북 안동시 길안면 배방리.


배방리 마을에는 사과 농사를 짓는 60여 가구가 모여있다.


이 마을은 지난해 대형산불에 직격탄을 맞아 집과 사과나무 등이 타는 등 극심한 피해를 본 곳이기도 하다.


폭염경보 속 낮 기온은 33도까지 치솟으며 마을 일대는 푹푹 찌는 날씨를 보였다.


안동 길안면 배방리 사과농가안동 길안면 배방리 사과농가 [촬영 황수빈]


이날 만난 주민 송규섭(55)씨는 구슬땀을 흘리며 사과농사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연일 30도를 훌쩍 넘는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속을 태우는 건 따로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그의 시름을 깊게 하는 건 사과 부란병.


이는 주로 가지 등에서 나타나기 시작해 나무를 말라 죽게 만드는 곰팡이성 병해의 일종이다.


시중에 있는 농약은 큰 효과가 없어 조기에 감염 부위를 잘라내는 방법이 유일한데 그마저도 발견이 늦어지면 손을 쓸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송씨도 최근 부란병 때문에 사과나무를 다섯 그루나 잃었다.


이날 역시 새로 구한 농약을 두 달간 투여했음에도 진전이 없는 사과나무 하나를 베어내야 했다.


밑동부터 말라버린 나무에 톱질하니 마른 톱밥이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잘린 나무 단면은 생기를 잃어버린 지 오래된 듯 건조해 보였다.


송씨는 "사과나무를 새로 심으면 수년은 기다려야 사과를 왕성하게 맺는다"며 "나무 하나를 베면 당장의 손실도 있지만 수년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게 가장 뼈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기에 발견해 조치하더라도 언제 다시 발병할지 몰라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란병에 걸린 나무에서 딴 버려지는 사과부란병에 걸린 나무에서 딴 버려지는 사과 [촬영 황수빈]


송씨는 굳은 표정으로 나무에 달려있던 사과를 하나둘씩 따 종이 상자에 담았다.


사과는 나무가 마른 탓에 영양분을 제대로 못 받아 크기가 작았다.


송씨는 "이런 건 상품성이 없어 내다 팔지도 못한다"며 "나무를 하나 베면 거기에 들인 약제, 비료, 인건비 등 하나도 못 건지니까 속상하다"고 했다.


베어 낸 사과나무를 처리하는 방법도 골칫거리다.


부란병에 걸린 나무는 전염 가능성 때문에 땅에 묻는 등의 방법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한다.


다른 주민 오병철(66)씨도 "최근 부란병이 기승을 부리면서 주변 농가마다 고생하고 있다"며 "효과적인 약제가 없어서 사과농사를 오래 지은 사람이 아니면 대응하기가 까다롭다"고 했다.


부란병에 걸려 마른 나무(왼쪽) 단면 비교부란병에 걸려 마른 나무(왼쪽) 단면 비교 [촬영 황수빈]


경북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안동, 청송 등 사과 생산량이 많은 4개 시·군 소재 대표지점 농가 12곳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 부란병 발병률은 평균 2.4%로 나타났다.


경북농업기술원은 새로운 약제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예비시험을 거쳐 올해 현장 테스트를 하고 있다.


실험은 3차례에 걸쳐 진행되며 결과를 바탕으로 상용화 가능 여부 등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부란병은 보통 발병하면 나무가 말라 죽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2%대의 발병률도 낮은 수치가 아니다"라며 "내년에도 관련 연구 개발을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한국매일뉴스
등록번호인천 아 01909
등록일자2025-07-05
오픈일자2025-07-05
발행일자2026-07-23
발행인최용대
편집인이원희
연락처010)8834-9811
FAX031)781-4315
이메일hangukmaeilnews@naver.com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274-3.일심빌딩 302호 031-781-9811.
한국매일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