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갈등 끝 방화 참사…관리비·공사비 다툼이 불씨 됐나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7-24 14:48

운영비 의혹 제기·감사·과태료…쌓인 불신 끝에 비극


"수년간 아파트 비위 의심"…도색·방수·물품비 등 놓고 잦은 마찰


피의자 나홀로 비대위 꾸리기도


경산 아파트 관리사무소서 폭발 추정 사고경산 아파트 관리사무소서 폭발 추정 사고 (경산=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3일 오전 8시 29분께 경북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 관리실 안에서 폭발 추정 사고가 난 가운데 당국이 화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6.7.23 psik@yna.co.kr


(경산=연합뉴스) 박세진 황수빈 기자 = 경북 경산 아파트 관리실 방화 사건은 단순한 말다툼이 아닌 수년간 누적된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와 피의자 간 불신과 갈등이 배경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피의자 유모(71) 씨는 아파트 운영비 집행과 관리비, 공사비 사용 등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문제를 제기하며 입주자대표회의와 충돌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행정당국 감사에서도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이 확인돼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지만 양측의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 당일 갈등이 장기간 누적된 불만과 맞물려 극단적 범행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범행 동기를 수사하고 있다.


24일 방화 사건이 벌어졌던 아파트에서 만난 입주민들과 아파트 관계자들에 따르면 피의자 유 씨는 한두 건의 사례가 아닌 7∼8년 전부터 아파트 살림을 맡은 입대의 측의 도색·방수·물품 구입비 등 운영 자금 지출과 관리비 내역 등을 놓고 크고 작은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 아파트 관계자는 "유 씨가 아파트 외벽 도색이나 방수 공사를 하거나 관리실에서 CCTV 화면을 볼 수 있는 모니터를 구입하는 등 운영비를 지출했을 때 입대의 측이 비용을 부풀렸다며 횡령을 의심했다"며 "해당 업체들에 직접 연락해서 결제 내용을 묻기도 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입대의 사정을 잘 안다는 한 입주민은 "최근에는 유 씨가 폐지 처분 수익금과 40만원인 입대의 회장의 판공비 집행에 문제를 제기했다"며 "폐지 처분을 왜 계약서 없이 진행하냐고 했는데 통장에 이체 내역이 다 있었다. 판공비는 주민 총회를 열어서 의결 절차를 거친 뒤에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아파트 동별 입구 게시판에는 이와 관련한 공지문이 부착돼 있었다. '관리인(입대의 회장) 판공비 지급 안내문'에는 기존 지급 경위와 업무의 연속성, 관리인의 실제 업무 수행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관리인의 판공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아파트에서 무슨 일이아파트에서 무슨 일이 (경산=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3일 오전 8시 29분께 경북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 관리실 안에서 폭발 추정 사고가 난 가운데 한 주민이 취재진 앞에서 상황 설명을 하고 있다. 2026.7.23 psik@yna.co.kr


일부 입주민들은 유 씨의 문제 제기에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입주민은 "유 씨가 입대의 측에 운영비 집행 관련 서류를 보여달라고 했는데 확인시켜주지 않은 걸로 안다"며 "경산시청에서 감사를 진행했는데 과태료를 부과할 정도로 입대의도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경산시는 유 씨가 아닌 다른 입주민의 요청으로 지난해 연말 해당 아파트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과태료 2건, 행정지도 7건, 권고 1건의 처분을 내렸다.


다만 형법상 횡령죄 여부에 대해서는 감사 대상이 아니라고 시는 설명했다.


경산시 관계자는 "2021년부터 관리인(입대의 회장)을 선임하고도 시에 보고하지 않았다거나, 매년 1회 이상 관리단 집회에 출석해서 결산 등 보고를 해야 하는 걸 어겨서 과태료를 부과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유 씨는 과거 아파트 감사위원을 지내는 등 관리·운영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 3월에는 입대의 회장이 자진해서 사퇴하자 홀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약 한 달이 안 되는 기간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유씨는 두 달여 전 입대의 회장 선거와 함께 치러진 감사위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투표 기간 자진사퇴 했다.


경산 아파트서 폭발 추정 사고…8명 부상경산 아파트서 폭발 추정 사고…8명 부상 (경산=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3일 오전 8시 29분께 경북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 관리실 안에서 폭발 추정 사고가 난 가운데 당국이 화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6.7.23 psik@yna.co.kr


유 씨는 사건 당일인 전날 오전에도 관리실에서 관리규약 문제에 대해 "주민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며 입대의 측과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관리실을 찾았다가 변을 당한 피해자들은 연합뉴스에 "관리규약 이야기를 하다가 일단 아파트 CCTV가 훼손된 일에 대해 경찰에 신고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그 이후에 유씨가 시너를 가져와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고 증언했다.


또 "유 씨가 감사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기 때문에 관리실 지하에 아파트 외벽 도색용 페인트와 시너가 보관 중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방화 범행으로 유 씨와 입주자대표회 회장 및 감사위원, 관리실 경리직원, 경비원, 입주민 3명 등 총 8명이 크게 다쳤다.


전신화상을 입어 서울 소재 병원에서 치료받던 입주민 A(50대·여) 씨는 하루 만에 끝내 숨졌다.


A씨는 사건 전날 아파트 CCTV가 꺼진 것을 이상하게 생각해 관리실을 찾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 씨를 현주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으나 이날 A 씨가 사망함에 따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으로 혐의를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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