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청에 잠 못 자" 경산 방화사건 아파트 주민들 트라우마 호소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7-25 08:43

경산시, 사건 발생 아파트 주민 대상 심리상담 시작


"주민들, 피해자 될 뻔한 충격과 피해자 못 도운 죄책감 느껴"


경산 방화 사건, 심리상담 받는 주민경산 방화 사건, 심리상담 받는 주민 [촬영 윤관식]


(경산=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살려달라고 하는 소리가 저녁까지 들렸어요."


경북 경산시 아파트 관리사무소 방화 사건 다음 날인 지난 24일 오후.


참사 현장인 관리사무소 앞에서 경산시정신건강복지센터 소속 전문요원들이 찾아가는 심리상담을 했다.


4명의 정신건강 전문요원과 경산보건소 직원 2명이 천막을 설치하고 이번 사건으로 심리적 아픔을 겪는 주민들을 맞았다.


요원들은 "목이 아프다"며 천막을 찾은 몇몇 주민들에게 "마음은 어떠시냐"며 물었다.


이에 주민들은 자리에 앉아 사건을 목격하거나 들은 뒤 생긴 충격으로 겪게 된 증상을 털어놓았다.


한 주민은 "바로 앞에서 사람이 뛰쳐나오고 살려달라 하는데, 그 기억이 있으니까 머리가 너무 아프다"며 "살려달라고 하는 환청이 저녁까지 계속돼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소화기 들고 와서 불 끄는 걸 돕고, 불붙은 사람들한테 물도 붓고 하는 걸 다 봤으니 여기가 먹먹하다"며 가슴을 문질렀다.


그는 "안 좋은 소식이 들리고, 엊그제까지 '언니, 언니' 하던 사람이 그러고 있으니까 가슴이 아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경산 방화사건 찾아가는 심리지원경산 방화사건 찾아가는 심리지원 [촬영 윤관식]


요원은 이런 호소에 공감하며 끝까지 주민들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한 주민이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하면 물을 건네거나 등을 토닥이며 아픈 마음을 어루만졌다.


황민정 정신건강 전문요원은 "피해자들과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는 두려움, 가해자에 대한 분노 표출 등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놀라서 잠을 못 주무신다는 것이 주된 호소 내용이었고, (피해자들을) 좀 더 도와주지 못했다는 자책도 하셨다"고 말했다.


심리상담이 진행되는 것을 본 다른 주민들도 천막을 찾아 각자의 고통을 이야기했다.


상담을 마치고도 한참 동안 현장 주변을 떠나지 않고 서로를 다독였다.


황 요원은 "찾아가는 심리상담 서비스는 초기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라며 "갑자기 재난이 들이닥쳤을 때 나타나는 신체 반응을 살펴보고 앞으로 나타날 반응에 대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대처 방안을 마련해 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도 트라우마를 호소하면 그때 센터에서 심층 상담을 진행한다"며 "오늘 현장 심리상담을 하는 것이 바로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재난 심리지원은 재난으로 정신적 피해를 겪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경산시는 지난 24일 오후 5시까지 해당 아파트에서 재난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후 주민 상황을 지켜보고 추가 운영을 검토할 방침이다.


경산 방화 사건, 찾아가는 심리상담 서비스경산 방화 사건, 찾아가는 심리상담 서비스 [촬영 윤관식]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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