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평론 최용대 ] '황소 아버지' 김맹도

이원희 기자

등록 2025-07-28 09:06

                                         < 김맹도 시인 >




황소 아버지

    김맹도



쟁기 메고 밭으로 나서시던

아버지의 등은 늘

한 마리의 황소 같았네


이랴, 좌라

워, 워..

구부정한 허리로 밭고랑을 밀며

누렁이와 함께 흙을 뒤집을 때면

뼈마디마다 뿔이 자라는 고통


아버지는 땀을 심고

황소는 계절을 갈았네

해질녘,

소 엉덩이를 툭툭 치며

수고했다, 말하시며

풀 뭉치 지개 싣고 집으로 돌아 왔네


고구마 줄기, 삶은 여물처럼

자식들 밥상 차려주셨고

딸아이 머리 쓰다듬을 땐

소 등에 내려앉은 햇살같은 웃음


누렁이도 아버지도 흙으로 돌아간 지금,

황소 발자국도 쉬고 있네


우뚝한 뿔로 한 많은 세상 다 갈아낸

황소같이 우직한 내 아버지

많이 그립습니다.





황소같은 우직한 등으로 일구어낸 아버지의 자리,  <황소 아버지> 평론


김맹도 시인의 "황소 아버지"는 아버지를 직접 언급하기보다, '황소'라는 상징적 상관물을 통해 한 인간의 노동과 삶의 윤리를 시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인은 황소의 이미지에 아버지의 생애를 겹쳐 놓으며, 육체의 언어로 말하는 부성(父性)을 절제된 시어로 구현하고 있다.작품 속 ‘황소’는 묵묵히 살아낸 사람의 상징이다. “쟁기 메고 밭으로 나서시던 / 아버지의 등은 늘 / 한 마리의 황소 같았네”라는 구절은 외형적 유사성에 머무르지 않고, 존재의 태도와 삶의 무게를 내포한 메타포로 작동한다.


황소는 아버지의 노동을 대변하며, 동시에 시 전체의 정서를 이끄는 중심 기표의 기능을 한다. 황소의 뿔은 아버지의 고통이고, 구부정한 허리는 세월의 흔적이며, 소몰이 소리는 생의 리듬으로 쓰여졌다


새벽에서 해질녘까지, 나아가 죽음 이후까지의 시간적 흐름 속에서 아버지의 노동과 가족에 대한 부지런한 사랑을 조용히 그린다. 고구마 줄기와 여물, 딸아이의 머리 위에 내려앉은 햇살 같은 웃음은 감정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도 따뜻한 울림을 남기며 특히 “황소는 계절을 갈았네”라는 구절은 황소의 노동이 곧 시간의 순환을 이루는 존재론적 차원으로 확장된다. 이는 곧 아버지의 삶을 초월적 상징으로 끌어올리는 장치로 기능이 충분하다.


“누렁이도 아버지도 흙으로 돌아간 지금”이라는 진술은, 과거형의 정서와 함께 자연으로의 회귀와 죽음 이후의 평온함을 보여준다. 마지막 연에서 “우뚝한 뿔로 한 많은 세상 다 갈아낸 / 황소같이 우직한 내 아버지”라는 표현은 아버지의 삶을 민중적 서사로 신화화하며 시를 맺는다. 이러한 결말은 한 세대 가장의 존재론적 의미를 재조명하려는 시적 태도로 읽힌다.


상징과 환유(metonymy)인 황소를 통해 아버지의 육체성, 고통, 사랑을 비유, 시적 절제와 과장 없는 진술, 이미지 중심의 정서 표현, 시간의 흐름과 새벽 죽음 이후로 이어지는 삶의 리듬인 동시에 서정성과 민중적 삶을 영웅으로 승화해 보편적 공감 노동, 가족, 사랑을 아우르는 대중의 언어로 쓰여진 점을 주목한다.


김맹도 시인의 "황소 아버지"는 화려한 수사를 지양하고, 노동과 사랑의 진정성을 감각적 이미지로 밀도 있게 재현한 시이다. 황소의 몸짓에 아버지의 생을 투사한 이 시는, 한국 근대 농경사회의 삶과 정서를 한 편의 언어로 압축한 기록이기도 하다.


말보다 땀이 많았던 사람,

소리보다 걸음이 더 진실하며 부지런했던 존재,

황소는 곧 아버지였다.  -평론 최용대- 



{ 요약 프로필}

김맹도 시인 / 부산 거주 <시인의 의상> 부산생활한복 장인 [21문학시대] 신인 문학상 [현대시편] 최우수 시인상, 계간 문학과평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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