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거위 美, 배 가르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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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미국과 한국 정치권에서는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일이 각각 벌어졌다. 미국에서는 에이드리언 스미스(공화·네브래스카)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장 등 하원의원 43명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서한을 보냈다. 서한은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한국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법 등을 무역협상에서 다룰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서한에서 ‘우리가 해결하라고 촉구하는 장벽 중 하나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안하고 이재명 정부가 받아들인 법안으로, 이 법안은 강화된 규제 요건으로 미국 디지털 기업들을 과도하게 겨냥한다’고 주장했다. 또 ‘법안은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테무 같은 중국의 주요 디지털 대기업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미국 기업들은 과도하게 겨냥해 중국공산당의 이익을 진전시킬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특히, 공정위가 미국 기업 조사 과정에서 현장 조사와 공격적인 집행 조치를 동원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범죄로 간주하지 않을 산업 관행을 형사 고발하겠다고 위협해 미국 기업의 사업을 제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서한을 보낸 것은 내용에서 드러나듯 미국 경제를 이끄는 첨단 기술 대기업, 이른바 빅테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빅테크는 가장 대표적인 매그니피센트 7(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테슬라·메타·구글·아마존) 시가총액이 기술주 중심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전체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 경제의 핵심이다. 이러한 빅테크를 보호하기 위해 자국 정부에 한국을 콕 찍어서 강력한 압박을 가해 달라는 서한을 보낸 것이다.
또, 같은 날 미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리를 압박해온 감세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감세법안에서 눈길을 끈 것은 반도체 공장 건설에 대한 세액 공제를 25%에서 35%로 확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반도체 투자 세액 공제를 담은 ‘반도체 및 과학법’(반도체법) 폐지를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뜻밖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당시부터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가 만든 반도체법은 돈 낭비이며 관세만 있으면 기업들이 투자를 할 것이라며 폐지를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폐지 요구를 접고 세액 공제를 오히려 확대한 것은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의 폐지 반대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체들의 공장 투자지를 지역구로 둔 토드 영(공화·인디애나) 상원의원은 “반도체법은 우리 시대 가장 큰 성공 중 하나”, 존 코닌(공화·텍사스)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TSMC 대미 투자 발표는 반도체법 덕분”이라며 서슬 퍼런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 왔다. 미국 정치인들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핵심은 기업이라고 보고 기업 지원에 애쓰고 있는 것이다.
반면, 같은 날 한국에서는 기업들의 투자 위축, 경영권 상실 등 우려 목소리에도 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 회부되며 입법 궤도에 올랐다. 이틀 뒤인 3일 국회는 기업이사 충실 의무 대상 확대와 감사 선임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 3% 제한(3%룰) 등이 담긴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 더 센 상법 개정안 처리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하게 되면 기업들로서는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장치를 잃는다. 집중투표제도 투기 자본과 소액주주 연합 시 기업 경영 안정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 가뜩이나 내수 침체와 트럼프 대통령발 관세전쟁으로 위축된 기업들로서는 더욱 구석에 몰릴 수밖에 없다.
같은 날 일어난 서로 다른 행보는 미국 정치권이 경제성장의 새로운 엔진인 기술 대기업을 지키려 사력을 다하는 모습과 한국 정치권이 자국을 빈국에서 탈출시켜 선진국 반열에 올리는 데 일조한 대기업 옥죄기에 몰두하는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치권 행보 차이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에도 1위를 수성 중인 미국, 중국에 이미 여러 산업 분야에서 추월당한 한국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약 2600년 전 고대 그리스인 아이소포스(이솝)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 우화가 주는 교훈을 아직도 깨닫지 못한 이들이 이끄는 국가의 미래는 앞으로도 암울할 수밖에 없다.
최용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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