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안보관, 과거와 달라야 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두 달 동안 벌어진 일들 중 국민의 주요 관심은 국내적으론 내각 및 고위공직 인사, 외교안보에 있어선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한미동맹 현안에 집중됐다. 인사는 대통령의 정책을 가늠하는 중요 요소다. A급 지도자는 A급 참모를 기용하고, B급 지도자는 C급 참모를 쓴다는 노벨상 수상 교수 겸 전직 미국 장관의 경험론에 비춰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한 인사 때문에 이 대통령은 한 차례 손해를 봤다.
오늘 새벽 발표된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일본과 같은 15%로 타결되고 2주 내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소식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우리는 트럼프가 촉발한 잘못돼 가는 동맹의 현주소를 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엔 자유민주적 가치보다는 이기적이고 일방적인 거래에 집착한 독특한 동맹관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을 하고 있고, 한국에선 중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한다고 미국의 의심스러운 눈총 속에 ‘안미경중(安美經中)’의 경고를 받는 정부가 출범했다. 전략 환경 변화와 더불어 동맹관이 한미 양국에서 동시에 변모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 현안을 다룰 때, 휘발성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일회성 사안과 장기적 중요성을 가진 사안을 구분해서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관세 협상은 타결까지의 한시적 성격이므로 전자에 속한다. 반면에, 한미동맹과 대북정책 같은 안보 문제는 통일 때까지 국가 운명에 큰 영향을 주는 최우선의 장기 과제다. ‘먹고사는’ 문제와 ‘죽고사는’ 문제의 차이라 할 수 있다.
현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대북 전단 살포 금지, 민간단체 대북 접촉 허용, 휴전선 대북 방송 중단에 이어 국가정보원까지 나서서 대북 라디오 및 TV 방송을 중단함으로써 북한 주민의 인권과 자유에 대한 열망 의지를 고양, 확산하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도구를 스스로 포기했다. 지난 28일 북한노동당 부부장 김여정의 담화에서 나타났듯이 북한은 여전히 극도의 대남 단절과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가운데 핵·미사일 및 재래식 무기 개발에 혈안이다. 또, 러시아는 북한과의 군사·경제적 결속 강화 속에, 북한의 전략무기 개발에 결정적 도움을 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적대행위를 하고 있다.
남북 간 불신의 골은 깊고 동맹 관계는 아슬아슬한 가운데 통일부 장관은 북한 눈치 보느라 터무니없이 한미연합훈련 유예까지 거론했다. 중국은 약한 고리 한국을 미국과 떼어 놓으려 한다. 미국은 한국 전수방위의 주한미군 역할을 미중 간 패권 경쟁의 전략에 맞게 중국 견제로 기본 틀을 바꾸려 한다. 이대로라면 한반도 안보 상황은 악화하고 동맹 관계는 약해질 것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6·25전쟁 정전기념일 성명을 통해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했듯이, 미국은 궁극적으로 자유 대한민국이 한반도에서 실패하는 걸 방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이 대통령은 동맹파·자주파의 용어가 재등장한 의미를 살피며 획기적 사고 전환을 꾀해야 한다.
우선, 과거의 편향됐던 안보 시각에서 탈피해 국군통수권자로서의 책임 있는 안보관으로 확실히 갈아타야 한다. 강을 건널 때 타고 왔던 뗏목은 버리고 언덕에 오르는 사벌등안(捨筏登岸)의 결단이다. 과거 태프트-가쓰라 조약을 인용하며 한반도 분단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입장에 머물거나, 한없이 대북 유화적이었던 문재인 정부 때로 돌아간다면 동맹 강화는 물 건너간다.
다음으로, 너무 지나쳐서 외려 그르치기 십상이라는 교왕과정(矯枉過正)의 교훈을 새기는 게 좋겠다. 이미 과거가 된 잘못을 교정하기 위해 계엄과 내란 척결에 국력을 과도 소진할 경우, 더 큰 미래 국민통합 목표를 놓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그동안 대미 경도로 중국과의 관계가 훼손됐다는 인식 속에 미중 사이에서 좌표를 수정하는 데 과도하거나 급격한 시도도 위험하다.
북한 핵 문제, 동북아 안보와 통일, 인도·태평양 전략 등에 우리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국가안보실은 관세는 경제 전문가에게 맡기고 신속히 이 같은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국익 실용외교에도 맞는 자세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안보에 대한 대통령의 시각과 마음가짐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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